- 이장규 순천 별량초 교사
“매달 제작해 연말엔 통권 발간
심드렁하던 애들도 보람 느껴
제호는 故 신영복 교수님 작품
무작정 편지썼는데 서체 답신”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좋아질 겁니다. ‘짱구쌤’은 늘 그 자리에 있겠습니다.”
전남 순천시 별량면 별량초등학교 2015년 학급문집에 이 학교 이장규(50) 교사가 올린 글 일부다. 초등학교 학급문집에 어울리지 않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비장한 문구가 실린 이유가 뭘까.
이 교사는 전남 완도 소안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했던 1992년부터 학급신문을 만들었다. 학급신문은 교사가 되기 전부터 이 교사의 꿈이었다. 매달 발간하는 학급신문을 모아 연말에는 통권으로 학급문집을 발간했다. 그게 올해로 벌써 통권 25집을 맞는다.
부임 후 처음 발간했던 학급신문은 말 그대로 ‘삐뚤빼뚤’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손글씨와 전동타자기로 어색하게 찍은 문자들은 조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만의 신문이 처음 나왔다는 것에 이 교사와 아이들은 기뻐했다.
이후 이 교사와 아이들은 컴퓨터도 배우고, 워드 프로세스도 배웠다. 사진기도 동원됐고, 사진 찍는 방법도 배워 나갔다. 학급신문은 점차 자리를 잡아 나갔다. 이 교사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담임을 맡을 때마다 학급신문을 만들었다. ‘어깨동무’라는 제호도 만들었다. 제호 글씨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고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직접 글자체를 써 줬다. 항상 ‘마음의 은사’로 생각하며 신 교수를 존경해 왔던 이 교사가 통권 20집을 발간할 때 신 교수에게 직접 편지를 써 학급신문 제호 글씨를 부탁해서 받은 것이다.
“술 한잔하고 신 교수님에게 편지를 썼어요. 시골의 조그만 학교 교사인데, 학급신문 제호 글씨 하나 써 주시면 아이들이 힘이 날 것이라고 편지를 보냈는데 정말 회신을 주셨습니다. 그것도 3가지 글자체로 말이죠.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학급신문 발간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작문 능력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이 교사의 생각이다. 이 교사는 “심드렁하던 아이들도 학급신문을 묶어 출간되는 학급문집을 받아 쥐면 1년간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어깨동무 문집을 통권 37호까지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때가 자신의 정년퇴직 즈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두 400여 명의 제자가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함께 만들어 왔다. 10년 전부터는 아이들과 꼭 약속 하나를 해 오고 있다. 아이들과 만난 지 10년 후가 되는 해 1월 1일에 그 학교에서 다시 모이자는 약속이다. 이제 2~3년 후면 그 첫 약속을 지킬 날이 다가온다고 한다. 아이들 중에는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서로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학급신문과 학급문집을 함께 만들었다는 자긍심이 만들어준 커뮤니티인 셈이다.
“문집을 보면 지금까지 어깨동무를 거쳐 간 제자 400여 명 아이의 얼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제자 중에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있어요. 아이들을 졸업시킬 때 마음이 항상 그렇습니다. 부디, 살아만 있어 달라고 말이죠.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짱구 선생님이 항상 여기 있을 테니, 속는 셈 치고 선생님 말 한 번 믿어보라’고 말이죠.”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