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난민 떠밀어… 10대 50여명 익사

예멘 해역서 밀입국 단속 뜨자
알선업자들, 만행저지르고 도주

예멘 해역에서 밀입국 알선업자들이 10대 난민 50여 명을 바다로 떠밀어 익사시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유한 걸프국가로 새 삶을 찾아 떠나는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알선업자들의 만행에 희생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9일 “최대 50여 명의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민이 밀입국 알선업자들의 고의로 예멘에서 익사 당했다”고 발표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날 오전 밀입국 업자들은 난민 120여 명을 배에 실어 인근 걸프국가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예멘 샤브와주 해변에서 단속 당국을 마주쳤고 이들은 급하게 사람들을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배에 타고 있던 난민들의 평균 나이는 약 16세였다.

사건을 제보받은 IOM 직원들은 해역 인근을 순찰하다 희생자 29명이 매장된 얕은 무덤을 발견했다. IOM 측은 이날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생존자들이 급하게 이들을 묻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해변에 남아있던 생존자 27명을 구조해 긴급 치료 조치를 취했다. 22명은 실종돼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며, 일부 생존자는 이미 해역을 떠난 상태였다.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에 위치한 아덴만 해협은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걸프국으로 밀입국하는 주요 루트다. 예멘도 내전,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지만 아프리카 대륙 난민들은 이곳을 걸프국가로 가는 길목으로 삼고 있다.

IO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떠난 난민 수는 5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3만 명 이상이 걸프국가에 대한 꿈을 안고 떠나는 18세 미만 젊은이들이다. IOM 예멘 지부 대표는 “이 루트를 이용하는 이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헛된 희망에 속아 밀수꾼에게 돈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