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가의 비급여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가운데 1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비를 내기 위해 수납창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가의 비급여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가운데 1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비를 내기 위해 수납창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健保 보장성 강화’ 재원조달이 관건

‘70%로 확대’재원 30兆 소요
건보적립금 활용·국고지원 땐
보험료 3%선 유지하면서 가능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려면
‘中부담 中복지’ 방식 불가피
보험료 인상 국민논의 거쳐야


문재인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의 성공 여부는 재원조달에 달려 있다.정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학적 비급여’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정책에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 원이 투입돼야 한다. 피부·미용을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가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지만 일반 국민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2022년까지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과제뿐 아니라 이후 정부에서도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되기 위한 재원조달의 틀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률을 ‘문재인 케어’의 1차 목표인 70%까지 확대하는 데 여러 정책수단을 동원해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평균 8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63% 수준이다.

결국 문재인 케어의 확장성을 담보하려면 국고 지원 확대는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적정부담, 적정급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논의가 불가피하게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70% 선까지는 현재 재정상태로도 ‘충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필요한 재정을 올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약 30조60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적정 수준의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현재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21조 원·2016년 말 기준)의 절반을 활용하고, 국고 지원을 추가하면 매년 보험료를 크게 올리지 않아도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 규모를 보면서 약재 및 치료제 관리 등 미시적으로 재정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선 건강보험 적립금 활용은 단기 보험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지급 준비금을 제외한 적립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년 정부가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 상당을 지원하게 돼 있는 국고지원(2017년 기준, 6조9000억 원)을 통해서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료는 최근 10년(2007∼2016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 수준(약 3% 내외)에서 관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료 쇼핑 등으로 건강보험재정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게 되면 약가 사후관리, 사용량 약가 연동제, 진료비 심사시스템 고도화 등 미시적으로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매우 많다”며 “비효율적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재정절감대책을 통해 적정수준에서 관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쇼핑’ 등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도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가벼운 질환은 동네병원에서 치료받고, 중증 질환은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는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수가체계 개편 등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2022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 과장은 “이번 대책은 바로 앞 5년이 아닌 10년 이후를 내다보고 만든 대책으로 대폭적인 변화가 아니라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물론 국민이 보장성 강화를 더 원한다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대책으로는 재정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에서 4년 동안 큰 보험료율 인상 없이 24조 원이 투입된 것에 비춰 보면 5년간 추가비용 30조 원을 조달하는 데 있어 향후 보험료 인상요인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비급여 관리에 성공하고 국고지원 법률을 준수한다면 지난 10년간 보험료 평균인상률인 3% 정도의 인상수준으로 2022년까지 70% 이상 보장률 달성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담·중복지를 위한 추가재원 불가피 = 이번 대책의 보장성 목표치는 70%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OECD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려면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도 결국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하려면 적정부담, 즉 부담의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의료비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언젠가는 논의돼야 할 사회적 합의사항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료율은 보수월액의 6.12%다. 직장가입자는 이중 절반인 3.06%만 낸다. 선진국의 경우 독일이 14.6%, 프랑스 13.85%, 일본 10%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결국, 건강보험 혜택을 더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 대부분이 민간의료보험에 내는 비용 일부만 건강보험으로 흡수해도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전 국민의 65%가 민간 의료보험 가입해 있으며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 28만 원을 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민간의료보험에 지출하는 비용을 건강보험료에 사용하면 보장성이 강화하는 동시에 실손 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결국 가계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민간실손보험으로 인한 과잉진료 및 의료쇼핑도 줄어들어 건강보험 재정도 튼튼해질 수 있다.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과 지원확대도 필요하다. 정부는 국고를 통해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 상당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매해 15% 내외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2007∼2016년 미지급액은 15조 원에 달한다. 20%도 OECD 국가의 정부지원과는 차이가 난다. 대만의 국고 지원율은 26.8%에 달하며 일본(30.4%), 벨기에(33.7%), 프랑스(49.1%) 등이다. 이외에도 병·의원 등이 진료비를 허위 부당청구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과잉진료하는 등의 낭비적 지출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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