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오니? / 정순희 그림, 김하늘 글 / 사계절

어른들 눈에는 다 똑같이 귀여워 보이지만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한두 살도 무척 큰 차이다. 밥그릇 숫자라는 말이 있듯이 서너 살에게 대여섯 살은 하늘처럼 높게 느껴지고 형이나 언니가 곁에 있으면 어딜 가도 마음이 든든하고 그렇다. 그림책 ‘혼자 오니?’는 지금까지 집에 혼자 돌아와 본 적이 없는 주인공 ‘경이’가 산등성이에서 같이 놀던 형을 놓치고서 혼자 힘으로 집까지 되돌아오는 이야기다. 걸음마 떼고 혼자 씩씩하게 잘 걸을 만한 나이지만 늘 형을 따라 다녔던 경이에게는 저 아래 처마며 지붕이 빤히 내려다보인다고 해서 그 길이 만만한 건 아니다. 짧지만 뱀이 나온다는 대나무 숲길도 지나야 한다. 그런 경이의 쿵쿵 뛰는 가슴을 상상하면서 이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서늘한 숲속에 동떨어져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직 큰 바위만큼도 키가 자라지 않은 경이의 눈에 수풀 틈새로 보이는 하늘은 얼마나 아득할까. 아슬아슬한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경이는 생각한다. 형이 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형이 한 것처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경이는 한 발 한 발 용기를 낸다.

이 책의 표지에 그려진 경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면 자꾸만 웃음을 짓게 된다. 경이는 한 손에 유채꽃, 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독자의 눈에 그 계단은 너무 얕고 내려오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경이야, 괜찮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이 마음을 경이에게 전할 수도 없고 손을 내밀어줄 수도 없다. 형은 좀 더 긴 나뭇가지를 들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어디로 가버린 것 같은데 혼자 가보겠다고 결심한 경이를 기다리는 것은 커다란 어미소와 찔레나무에 빨간 뱀이 나온다는 돌길이다. 경이의 눈길과 표정, 손과 발을 잘 살피는 것이 감상의 초점이다. 경이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어디쯤에서 마음을 놓았는지 알 수 있다.

말갛게 붓이 머무른 자국을 살린 정순희 작가의 분채 그림은 보기 좋게 번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자꾸만 형을 찾아 뒤를 돌아보는 경이의 눈길을 따라서 우리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림책 속에서 형의 흔적을 찾게 된다. 형은 어디로 간 걸까. 마지막 장면쯤에 이르면 사랑스러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아기 그림책은 단순하다는 짐작을 깨뜨리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요즘은 느끼기 힘든 속 깊고 포근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44쪽, 1만2000원.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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