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배롱나무’ 일곱 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7월이 되자 살며시 보랏빛을 띤 짙은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다. 화려하고 고상한 자태에 절로 눈길이 간다.

배롱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산 양정동에 있는 배롱나무의 수령이 800년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고려 시대의 어느 때쯤에 국내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배롱나무’는 일찍부터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렸다. 그런데 ‘백일홍’에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도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나무로서의 백일홍을 풀로서의 백일홍과 구별하기 위해 특별히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울러 풀로서의 백일홍 또한 ‘백일초(百日草)’라는 별도의 명칭을 갖고 있다.

나무 이름 ‘百日紅’은 ‘백일 동안 붉은 꽃이 피어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여름에 피는 붉은 꽃이 백일 동안이나 피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나, 실제로는 한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에 여러 개의 꽃송이가 달려 있는데, 한 송이가 지면 또 다른 송이가 연속하여 피기 때문에 꽃이 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붉은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다고 하여 ‘百日紅’이라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무 이름 ‘백일홍’에 이것이 나무임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를 덧붙인 단어가 ‘백일홍나무’이다. ‘배롱나무’는 바로 이 ‘백일홍나무’에서 변한 것이다. 곧 ‘백일홍’이 변해 ‘배롱’이 된 것인데, 이와 같은 변화는 복잡한 음운 변화를 거친 것이기는 하나 그 과정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현재 ‘배롱나무’와 ‘백일홍’은 둘 다 표준어다. 그런데 ‘배롱나무’에 피는 꽃을 ‘배롱나무꽃’이라 하지 ‘백일홍꽃’이라 하지는 않는다. ‘백일홍’에서 ‘배롱나무’라는 의미가 크게 약화됐음을 알 수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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