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유자기 - 가구 50여점 선보여
서울을 떠나 강원 홍천에서 자칭 도공과 목수로 변신해 작업을 하고 있는 두 명의 작가가 한 공간에 작품을 선보인다.
1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개막한 ‘재료에서 예술까지(From raw material to art work)’에서는 도공인 김시영(60·사진 오른쪽) 작가와 목수인 이정섭(46·왼쪽) 작가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연세대 금속공학과 재학시절 화전민터에서 발견한 흑유(철의 산화염에 의해 만들어진 흑갈색 유약) 자기 파편에 매료돼 고려 시대 이후로 명맥이 끊긴 흑자를 독자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 3대 도맥 중 하나를 이룬 심수관요로부터 최고의 흑유자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20여 년간 흑유 연구에 천착해온 김 작가는 그동안 전통과 생활도기에 주력해 많은 개인전을 가졌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흙과 유약 자체의 빛과 질감이 응축된 파형적(deformative)인 작업 결과물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는 전통 흑유의 재현에 충실했는데 쓸모를 고려하지 않고 도자기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꽃병 모양의 항아리에 반드시 꽃을 꽂지 않아도 도자기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전공 역시 특이하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태백의 한옥 학교에서 집짓기를 배우며 목수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2002년에는 아예 강원 홍천군 내촌면에 내촌목공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작가는 꽉 짜인 비례를 특징으로 한 이전 작업들과 달리 나무와 쇠를 덩어리째 무심히 던져 놓은 듯한 가구들을 이번에 새롭게 내보인다.
두 작가의 작품이 모두 형태와 기능에 초연해 있어 마치 현대 한국의 추상화를 대표하는 단색화를 보는 듯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서울대미술관 관장은 “모든 것이 예술일 수 있는 극단적인 개념과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각개전투의 시대에 이들은 노동으로 승부를 걸었다”며 “김 작가의 파형적 일탈의 작품에선 에너지가 넘쳐나고 이 작가의 나무와 쇠로 만들어진 작품은 미니멀 풍의 예술성을 물씬 풍긴다”고 표현했다. 전시는 23일까지. 02-734-4205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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