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앨범 ‘…평화’ 수록곡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사진) 할머니가 생애 처음으로 공연 무대에 오른다. 위안부 기림일은 지난 1991년 8월 14일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1997년 사망)를 기념해 지정됐다.

길원옥 할머니가 꿈꿔왔던 ‘가수’로서의 데뷔 무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시청 인근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 문화제. 길 할머니가 발표한 앨범 ‘길원옥과 평화’에 수록된 노래를 부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길 할머니가 공식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길 할머니는 지난 10일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15곡을 담아 녹음한 앨범의 제작발표회를 연 바 있다. 길 할머니는 앨범 제작발표회에서 “어떤 때는 나이 먹어서 주책 떠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도 “집에서 노래를 많이 부르는데,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니 남이 듣기 좋든 싫든 나 혼자 노래하는 게 직업”이라고 말했다. 앨범은 지난해 9월부터 준비됐지만, 할머니의 건강 상태 등으로 인해 작업이 지연되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길 할머니는 2015년 패혈증으로 입원하고 치매 증상을 보이는 등 몸 상태가 나빠졌지만,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3일에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 SK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독일을 방문, 이슬람국가(IS)의 성범죄 피해자와 만나 “견디기 힘들겠지만 잘 참아 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이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 후세에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모두 길 할머니처럼 건강한 모습인 건 아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계속 줄어들어 지난달 23일 김군자 할머니가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7명으로 줄었다. 이에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위안부 피해 상황을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알리고 전문적 연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공식 지정했고, 국회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전문 연구기관 설립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 등 올해에만 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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