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의 근위병’

공연장에 입장하자마자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는 공간의 안과 밖을 완전히 단절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둡고 좁은 무대는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몰아붙인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근위병 옷을 입은 등장 인물이 아무런 미동도 없이 서서 관객들을 서서히 17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세계로 이동시킨다.

그는 샤자한 황제가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거대한 궁전 형태의 묘지 ‘타지마할’을 지키는 황실의 말단 근위병 ‘휴마윤’. 곧이어 친구 ‘바불’이 도착하고 둘은 16년 만에 타지마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가 충격적인 임무를 황제에게 부여받는다. 타지마할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다시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공사에 참여한 2만 명의 손을 전부 자르라는 것. 비이성적인 절대 권력의 명령, 뒷걸음질 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결국 다다른 곳은 어디일까.

‘바그다드 동물원의 벵골 호랑이’로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미국 극작가 라지브 조지프가 2015년 뉴욕 무대에 올려 호평받았던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사진)이 한국에서 초연됐다.

단순한 구조의 무대와 단 두 명의 등장 인물로 이뤄진 공연의 특징은 관객들로 하여금 대사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어 ‘거대한 운명 앞에 놓인 개인의 신념과 선택’에 대해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는 점.

“황실 근위대의 성스러운 맹세 중 하나는 침묵한다는 것” “모든 것은 임무였다”는 굳은 표정의 원칙주의자 휴마윤과 황제의 지시를 수행한 후 “내가 아름다움을 죽였다”고 절규하는 바불의 대비가 뾰족한 칼끝처럼 관객들을 겨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선택과 그들의 우정, 누군가가 지켜내고자 했던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한국 연출진과 배우들이 낯선 시대적·공간적 배경의 작품을 소화하는 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지만, 내포된 메시지가 남기는 여운은 크다. 10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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