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춘(胡邦春)은 한국통이다. 한국에서 참사관을 지내다가 귀국한 후에 다시 한국 대사로 부임해 온 지 4년, 한국어도 유창하고 백제가 서기 660년에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했다는 것까지 안다. 김춘추, 김유신, 계백 장군은 말할 것도 없고 임진왜란 이야기를 하면 명나라 장수 진린과 이순신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 수준이다. 그것도 한국어로, 그 후방춘이 지금 소공동의 안가(安家)에서 민족당 고문 고정규와 마주 앉아 있다. 고정규가 누구인가? 민족당 총재로 서동수에게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에 일선에서 물러난 야당의 거물, 오늘의 만남은 고정규가 비밀리에 요청한 것이다. 오후 9시 반, 안가 응접실에는 넷이 둘러앉았다. 후방춘의 옆에는 미모의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바로 린린(林林), 주석실 비서 왕춘의 보좌관이다. 고정규는 심복인 민족당 의원 박운규를 대동했다. 이렇게 하나씩 수행원을 붙인 것은 증인 역할이다. 후방춘이 입을 열었다.

“복안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베이징에서도 큰 기대를 갖고 계십니다.”

“복안이라기보다도.”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고정규가 굳어진 얼굴로 후방춘을 보았다.

“내 신념부터 말씀드리지요. 나는 유라시아연방 대통령 이전에 서동수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금도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시군요.”

후방춘이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대다수의 한국 국민이…….”

“아니, 잠깐.”

손을 들어 말을 막은 고정규가 쓴웃음부터 지었다.

“대다수라니요? 이제는 한국 국민의 40% 정도가 서동수 씨의 자질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 예.”

“실제로는 그 이상이 될 겁니다.”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지요.”

“서동수가 연방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유라시아 연방보다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서동수는 연방 대통령이 됨으로써 대한민국 대통령을 겸하게 됩니다.”

“연방 대통령이 되면 당연하지요.”

“그럼 임기가 늘어나게 되지요.”

후방춘이 머리만 끄덕였다. 아직 연방 대통령 임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5년 중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집권당인 공생당 측에서는 연방 대통령 임기와 맞추려고 대통령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려는 법안을 논의 중인 것이다. 그때 다시 고정규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면 서동수 씨는 대통령 임기가 8년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연방 대통령에 중임하면 13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아하, 중임할 때 법을 다시 개정한단 말씀이지요?”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막아야지요.”

“어떻게 하시려고…….”

“야당이 막을 겁니다.”

어깨를 부풀린 고정규가 후방춘을 보았다. 결연한 표정이다.

“중국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를 지원만 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극비로 해야겠지요.”

이제는 눈만 껌벅이는 후방춘을 향해 고정규가 말을 이었다.

“한국인은 독재를 싫어합니다. 이젠 서동수가 싫증이 날 때도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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