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상대로부터 인격적인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간과하면 머지않아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으로 진행될 수 있다. 명상은 객관적인 인식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합뉴스
데이트 상대로부터 인격적인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간과하면 머지않아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으로 진행될 수 있다. 명상은 객관적인 인식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합뉴스

(12) 데이트 폭력 - I

‘넌 내거, 난 너의 주인’ 확인
화내고 욕하고 주먹 휘두르고
섹스까지도 소유 행위로 인식

내가 존중 받지 못한다는 느낌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기면
언어·신체폭력 당할 가능성 커


이번 회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예로 들어 타자의 화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 전에 반드시 주의 깊게 새겨 둬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에 대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자아초월 심리학자인 프랜시스 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관계와 고통 이면에는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내재돼 있다”고 했습니다. 숙명이든 우연이든 데이트 상대와의 만남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생에서 치명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데이트 상대를 선택할 때 외모, 재력, 학력, 성격 등 나름의 의식적·무의식적인 기준이 작용하겠지만, 가장 깊은 밑바닥에는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상대에게 자신이 함부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다른 건강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상대를 일찌감치 떠날 수 있습니다.

만일 상대로부터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초기의 느낌 단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간과하면, 상대의 행동은 머지않아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더러는 데이트 초기에 파트너의 공격성을 경험하면서도 자신이 사랑과 연민으로 보살펴 준다면 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폐해 이별을 선언하고 불행한 결말을 가져오게 됩니다.

둘째, 데이트 폭력 이면에는 뿌리 깊은 아동기의 정서적 패턴이 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 감정, 행동들은 아주 어린 시기에 발달합니다. 건강한 데이트 관계는 아동기에 자신을 돌봐준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가 얼마나 건강했는가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결핍되고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느낌과 함께 좌절감을 겪으면 공격성을 낳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것이 파트너와의 관계로 전이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과 의사 레온 사울은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얼마만큼 자기 자신의 아동기 관계 패턴과 좌절감에서 비롯되고, 얼마만큼이 상대방의 아동기 관계 패턴과 좌절감에서 오는지에 대한 통찰과 자각을 강조합니다.

탱고를 추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필요하듯이 대부분의 커플 문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보다는 쌍방의 문제가 뒤얽혀서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은 어느 한쪽의 문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셋째, 섹스는 좌절된 욕구와 적개심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사울은 또한 섹스가 반드시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며, 적개심, 의존심, 스트레스 등의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만일 파트너가 관심과 섹스를 성가시게 요구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면 그건 일종의 위험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파트너의 정신역동, 즉 파트너가 과거의 인간관계에 얼마만큼 얽매여 있는지, 좌절된 사랑의 욕구, 부모나 세상을 향한 원망이나 부정적 시각의 정도 등을 파악하고, 이것이 일반적 수준을 넘는다면 섹스관계가 이뤄지기 전에 헤어져야 합니다.

그들에게 섹스는 진정한 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소유주-소유물의 관계를 확인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넌 내 거, 난 네 거”라는 로맨틱한 양방적 관계가 아니라 “넌 내 거, 난 너의 주인”의 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내고 욕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입니다. 그것이 힘들어 이별을 통보하면 상대는 자기의 소유물을 상실한다는 두려움에 폭발적인 분노와 공격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파트너의 정신역동을 포착하려면

생물들의 먹이연쇄에서 먹고 먹히는 포식자-피식자의 사슬 관계처럼 데이트 폭력에서 가해자-피해자는 미묘한 정신역동들로 얽혀 있어 파트너의 잠재적 폭력성을 포착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데이트 상대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기 전에 평소에 위의 3가지 사항에 대해 확고하게 인지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어려서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며 의존적인 사랑의 욕구가 강했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형제들을 버린 탓에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여대생이 용돈을 벌기 위해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준수한 외모에 매너도 좋아 후배들에게 인기가 있고, 평소에 괜찮게 여기던 학교 선배가 찾아와 사랑을 고백했다고 합니다. 싫지 않은 마음으로 그의 고백을 듣고 있는데, 문득 그의 얼굴에서 자기 아버지의 이미지가 스치면서 몸에 가벼운 소름이 끼치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 메스꺼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여대생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남자로 보지 않고, 여자가 아닌 학교 후배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그냥 인간 대 인간의 분위기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선배 또한 금방 로맨틱한 무드에서 벗어나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이 여대생은 어떻게 상대를 향한 자신의 직감을 포착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다음 회에서는 데이트 폭력의 잠재성을 진단하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그 해결책을 탐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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