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마리 농장에서 농장 관계자가 폐기를 앞둔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16일 오전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마리 농장에서 농장 관계자가 폐기를 앞둔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 남양주·광주 산란계농장 르포

“AI 때도 수억원 피해 입어
또 이런 사태 터져 막막해”


16일 오전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 사릉 인근 마리 농장. 농장주 이모(여·55) 씨는 “폭염 속에서 극성인 이와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 것인데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망연자실했다. 그는 “포천시 모 가축병원·동물약품에서 일하는 가금 수의사가 약품 사용을 권장했고, 그 업체 직원이 갖다 준 약품을 가끔 살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시간이 지나 계란을 재검사 하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겠지만, 이 상황에서 누가 계란을 사 먹겠느냐”며 “살충제 계란을 먹게 돼 찜찜한 상태인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씨가 가축병원 수의사의 권장으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농장 입구에는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바닥에는 계란을 폐기 처분하면서 흘린 흰자와 노른자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는 살충제 파동 이후 닭들이 낳은 계란이 폐기 처분을 기다리며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루 2만여 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이 농장에는 산란닭 3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씨는 “AI에 이어 이번에도 수억 원의 피해를 보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또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봐 두렵다 ”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행정 당국에서는 방역 및 살충에 대한 매뉴얼은 제공하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지도해 왔다. 이 씨는 닭에서 이와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평소대로 가축병원과 동물약품에 상의해 약을 받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사용한 약품이 닭의 몸에 침투돼 해로운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농장 외에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과다 검출된 경기 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도 최근 들끓는 파리를 잡기 위해 축사 외부에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농장주는 “2∼3년 전쯤부터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아 계란을 생산했다”며 “약을 안 쓰니까 파리가 와글거려 축사 밖에 파리약을 조금 뿌렸다. 검출될 만큼의 양은 아닌데 계란에서 검출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2일 용인의 한 동물병원과의 상담을 거쳐 비펜트린 성분이 포함된 파리약을 구입, 물에 희석시켜 사육장 외부에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이 농장에서는 4만5000여 마리의 산란계를 사육하며 하루 3만 개의 계란을 생산하고 있으나 정확한 유입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5일부터 도내 계란 유통을 전면 중단하고 165개 농가 계란을 20∼30개씩 수거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남양주 = 글·사진 오명근 기자 omk@, 광주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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