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직원에게 고소당한 멕시코 50代 무관 출국

말 바꾸며 미적 대응한 외교부
“고소하라” → “수사결과 보자”
도주후 공문 보내고 뒷북 수습
“자국 수사 강력히 요구할 것”


주한멕시코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한국계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출국했다. 특히 피해 여직원이 경찰 고소에 앞서 우리나라 외교부에 상담을 했는데도 외교부가 초기 단계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해 도주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멕시코대사관 소속 육군 무관(武官) A 대령이 한국계 파라과이인인 대사관 전 직원 B 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A 대령을 조사하기 위해 대사관 측에 출석 요구서를 거듭 보냈지만 A 대령은 조사를 받겠다고 답한 뒤 출석하지 않고 한국을 떠나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50대 후반인 A 대령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종로구 멕시코대사관 건물 로비와 사무실, 업무용 차 안 등지에서 30대 후반 여성인 B 씨를 뒤에서 껴안거나 팔로 가슴을 치는 등 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지난달 24일 경찰에 A 대령을 고소했고 경찰에 출석해 진술까지 마친 상태다. B 씨는 A 대령의 상관이 자신에게 대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처음 성추행을 당한 직후 관련 사실을 대사관에 알렸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되자 지난 4월 대사관을 그만뒀다.

A 대령은 지난 3일 경찰에 출석하겠다고 말해 놓고는 다음 날인 4일 휴가 명목으로 멕시코로 떠났다. 외교관인 A 대령은 면책 특권이 있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교적 압박이 없으면 A 대령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A 대령의 출국 기록만 확인하려 해도 외교부에서 공식적으로 그의 인적사항 정보를 전해줘야 하는데 정보 제공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 대령이 귀국하지 않으면 공소권이 없어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외교부는 A 대령이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대사관 측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사관을 그만둔 뒤 한국 외교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직접 고소하셔야 개입할 명분이 생긴다’고 답했고 정작 고소한 뒤에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A 대령이 출국한 뒤에는 ‘파라과이대사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답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A 대령이 처음에 경찰 조사에 응한다고 해서 대응이 늦은 것이지, 책임을 피하려 한 게 아닌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단계적으로 멕시코대사관 관계자를 부르는 등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고 우리 동포에 대한 범죄 의혹에 강력히 조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외교관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자국에서라도 수사해 의혹을 밝히도록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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