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72주년 경축사에는 자신의 안보·통일관은 물론 역사·국가관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만큼 문 정부의 이념적 기준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풍찬노숙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에 대해선 아무리 높이 기려도 지나치지 않다.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는 등 경축사의 해당 부분에 거의 매 문장마다 박수가 쏟아진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부분에서는, 특히 직면한 안보 상황과 관련해서는 현란한 표현 이면에 상당한 문제점들이 있어 불안하다.

첫째,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평화”라면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는 선언이 아닌, 압도적 억지력과 전쟁도 불사한다는 결의에 의해 지켜진다는 점에서 구체적 방도가 없으면 무의미하다. 뒤이어 문 대통령은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 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소재를 떠나 한·미 연합전력 동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언급이지만, 평화 파괴자인 북한 정권이 아니라 동맹인 미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비친다. 실제 미국 유력 신문(월 스트리트 저널)은 16일자 3면 톱기사에 ‘한국이 미국에 경고했다’는 헤드라인을 붙였다.

둘째,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은 시기였다”고 했지만 사실과 배치된다. 1차 핵실험은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6년이고,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HEU) 방식의 또 다른 핵개발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은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2년이었다. 대북 지원과 대화가 오히려 북한 핵개발을 위한 자금과 시간으로 악용된 것이다.

셋째,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자칫 기존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진정성이 확인될 때’로 수정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을 높이 모셔야 하지만 일제를 물리친 연합국,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근간인 ‘반공’에 대해서도 함께 보고 평가해야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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