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해방 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격변의 시기가 아닌 때 없었고, 역사의 전환점이 아닌 해가 없었다. 피와 땀을 흘리면서 힘들게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일궈냈지만, 또다시 북핵(北核) 문제로 인한 전쟁 위기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워낙 컸던 탓에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컸고, 임기 초 지지율도 매우 높았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과감한 국정 운영을 시작해 더 큰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독선적인 국정 운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취임 직후 문 대통령은 야당을 먼저 찾아가는 등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협치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자세를 보여줬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여당조차 보이지 않고, 청와대가 국정을 혼자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난 행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선 공약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며, 북한과의 문제에 있어서도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불통이 심각하게 문제가 됐으며, 공약 이행에도 문제가 있었고,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경직시켰던 박근혜 정부와는 확실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일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국민과의 소통은 기념식장이나 산행, 영화관람에서 몇몇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지지계층과의 소통은 쉬운 일이지만, 40%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대 계층의 국민과도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의견을 동시에 실현할 순 없지만, 의견의 조화와 타협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때 어느 한쪽으로 결단을 내리는 것도 빛을 발할 수 있다.

공무원 일자리 증원 등 공약 이행 문제도 그렇다. 일부 국민은 특정 공약 때문에 지지했을 수 있지만, 다른 국민은 그 공약에는 반대하지만, 다른 이유로 문 대통령을 지지했을 수 있다. 심지어 그 공약 때문에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여러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 공약의 이행을 고집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인사의 폐쇄성이다. 초기의 탕평인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사의 편향성이 심해졌고, 이른바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비주류 인물이라는 이유로 전문성의 부족과 도덕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다수 임명할 때, 과연 개혁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며, 과거 노무현 정부의 문제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내일이면 출범 후 100일, 문 정부의 임기 5년에 비하면 5.5%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향후 변화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어떤 위업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도 적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민주적 리더십은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십이 없어도 안 되겠지만, 원칙과 기준,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이 항상 존중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되새겨야 한다. 폭넓은 소통과 끈질긴 대화·타협,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통합이 이뤄질 때 향후 5년은 노 정부의 시즌 2가 아닌 대한민국의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 시기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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