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화일보 자문교수단으로 활동했던 전문가들이 지난 10일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사회 분야 평가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정(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박상욱(숭실대 행정학부)·강성진(고려대 경제학과)·이태진(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화일보 자문교수단으로 활동했던 전문가들이 지난 10일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사회 분야 평가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정(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박상욱(숭실대 행정학부)·강성진(고려대 경제학과)·이태진(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③ 사회 분야 <끝>

“평준화 교육정책 합리성 결여… 계층이동 사다리 없애는 것”

■ 참석하신 분들 (가나다 順)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욱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 : 박민 정치부장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방송 개혁,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등 사회 분야에서도 이른바 적폐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확대, 외국어고·특수목적고 폐지 등 자신들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정책 현안도 내친김에 밀어붙일 태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8월 17일)에 즈음한 문화일보 주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적폐 청산과 복지 확대, 교육 및 방송 개혁 등 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야 정책 드라이브에 대해 “방향과 취지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준비 안 된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구체적인 정책 목표에 따라 로드맵을 만들고, 차근차근 개혁을 추진해야 예상치 못한 뒤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10일 오후 강성진(이하 가나다순)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욱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진행했다. 사회는 박민 정치부장이 맡았다.

박민 =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이번 방안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이태진 = 문재인 대통령이 제19대 대통령선거 때 공약한 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비율은 당분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방향성,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는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재원이다.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고, 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해 얼마나 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발표에 대해 가장 불만이 많은 그룹은 의료계다. 그동안 건강보험이 저수가 체제였기 때문에 비급여 대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걸 다 급여 대상화 하면 환자 입장에선 좋지만 의료계에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도 뭔가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국 건강보험 수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 (서비스) 이용량과 의료비가 얼마나 늘어나느냐다. 본질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건 (환자) 본인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료 이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재정소요추계를 하는 게 중요하다. 모르긴 몰라도 의료 이용량이 상당히 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예비급여 제도로 가서 (건강보험과 환자 본인이) 5대 5로 비용을 분담한다고 한다면, 여기에 본인 부담 상한제까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건강보험이 거의 다 (보장)해 주는 셈이 된다. 환자는 혜택을 보는 게 맞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료 특성상 소비자도 필요 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의료 제공자도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니 환자가 100% 돈 내는 거 아니니까 많이 제공해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잉 진료 우려가 나오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면 의료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정부의 재정추계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된 것 같다.

박민 = 의료비 급증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을 텐데.

이태진 = 정부 발표 때 문 대통령이 직접 말한 내용은 앞으로 2022년까지 연차적으로 30조6000억 원 정도 추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연평균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누적된 적립금, 국고 지원을 감안하면 국민들에게 큰 추가 부담을 지우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제가 보기엔 굉장히 순진한 추계가 아닌가 싶다. 기획재정부 추계는 2025년 이후에는 건강보험이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아마 기재부는 의료 이용이 늘어나는 부분을 감안한 것 같다. 정부는 (이번에는) 그것까지는 감안하지 않고 그동안 건강보험료 인상 추이 정도만 국민들이 부담해 주면 큰 문제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한 것 같다. 그런데 의료 이용이 급증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분명히 있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빨리 고갈되고 결국 재원 조달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본다.

박민 = 각종 연금들의 재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까지 그렇게 된다면 걱정인데…. 더구나 복지정책이라는 게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렵지 않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거나 마이너스 성장까지 거론되는데,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 있을까.

강성진 =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전형적인 보편적 복지 정책이다. 필요한 정책이긴 한데 이건 양극화나 분배하고는 상관이 없다. 결국 재정 문제로 해결하면서 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박민 = 기초연금도 3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을 어떻게 봐야 하나. 사실 우리 재정이나 경제 규모에 대비한 복지 수준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온다.

강성진 = 국내총생산(GDP) 대비 18% 정도다. 그런데 그것(만 얘기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다.


박민 = OECD 평균 수준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강성진 = 우리나라는 복지정책과 산업정책을 다 쓴다. 예를 들면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피해보는 사람들을 복지정책으로 지원할 거냐, 산업정책으로 지원할 거냐는 문제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 대부분 산업정책으로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상당한 액수가 복지적 성격의 것인데 산업정책이란 이름으로 가면 산업자금으로 산정되지 복지 자금으로 산정되지 않는다. FTA나 세계화로 농민들이 피해를 봤을 때 이걸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복지정책이 되는 거고, 산업적인 피해의 관점에서 산업충당금을 지원한다면 산업정책이 된다. 기차, 지하철 같은 것도 다 그런데, 상당히 애매하다. 사실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산업정책을 쓰는 나라 중 하나다. 이런 걸 감안하면 (전체 지원금이) 간단한 액수는 아니다. 또 그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박민 = 주제를 좀 바꿔서 적폐청산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적폐청산 중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게 사법 개혁, 검찰 개혁인데.

장영수 =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하는 듯 하지만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를 좌파 성향을 가진, 진보적 성격의 노동자 지지 기반 정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이번 정부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이 촛불시위 내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라는 요청이다. 그와 맞물려서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검찰 개혁이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너무 덮으려 하지 않았느냐, 봐주기 수사 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이 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전부터도 있었고, 이번엔 화룡점정이 된 꼴이다. 그런데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내지 않고 있지만, 검찰 개혁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20년 동안 역대 모든 정부가 모두 의견이 달랐고 결국 다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도 처음에 조국 청와대 정무수석,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주요 인사) 인선에서부터 검찰을 정조준했다. 검찰 개혁 의지는 분명하고 그 자체로는 공감받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노무현 정부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지만 검찰을 개혁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없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수석도 검찰을 장악하거나 (검찰개혁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들을) 조정하고 조율할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못 받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라 제도로 개혁해야 하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려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거의 20년 동안 계속 발의됐지만 폐기되기만 했다. 또 하나는 공수처를 만들면 과연 잘될까 하는 국민들의 우려다. 이런 것들에 대해 뭔가 콘텐츠가 나와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힘을 쓰려고 준비는 많이 하는데, 어디에 힘을 집중시켜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박민 = 검찰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은 정치적 중립성 결여, 지나친 권력 집중, 전관예우 등이 아닌가 싶다. 공수처를 설치하는 목적은 뭐로 봐야 하나.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가.

장영수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많이 담당하다 보니 정치적 외압으로 독립성이 많이 깨졌다. 그러니 공수처로 그런 걸 넘기면 검찰은 그런 사건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냐’ 이게 하나다. 다른 하나는 검찰 전체를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하긴 힘들지만 검찰총장이나 검사장급만 공수처의 타깃으로 삼아 수사를 하면 제식구 봐주기 관행을 근절할 수 있다. 덧붙여 ‘너희들이 정치적 외압 받아 이상하게 하면 여기서 수사해서 견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거다. 그런데 공수처에는 또 누가 오느냐. 공수처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결국 대통령의 사람들이 서로 견제할지 몰라도 대통령은 견제 못 하는, 대통령 입김 미치는 영역에선 아무것도 못 하는 문제는 남는다. 최순실 사태도 딴 건 다 하면서도 대통령 근처에는 아예 손을 못 댔다. 그래서 공수처를 법률적 기관 말고 헌법적 기관으로 해버리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박민 = 수사 및 기소권을 갖는 완전히 독립적인 기관이 나오면 그것도 사실 위험한 것 아닌가.

장영수 = 공수처는 존재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라서 조직을 크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른 식의 통제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설왕설래가 이뤄지고 있다.

박민 =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고 견제하는 차원에서 수사·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문무일 검찰총장은 ‘기소를 하기 위해서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장영수 = 영미권은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만 담당한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반면 독일이나 프랑스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서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면서 수사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 순사에 대한 거부감, 제1공화국 때 정치경찰에 대한 부정적 경험 때문에 검찰이 경찰을 완전히 지휘해 나가는 것을 뿌리내리게 했다. 지금은 검찰 권한이 너무 크니까 경찰 권한을 확대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검찰 못지않게 경찰에 대해서도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제조건으로 경찰의 수사 관행이나 인적·물적·제도적 부분을 개선해서 인권 친화적인 경찰로 만들면 그때 수사권 조정을 본격적으로 한다는, 이런 조건을 달아서 하자는 데 큰 이견은 없다.

박민 = 선진국에서 우리처럼 경찰이 단일조직으로 된 곳은 없지 않나.

장영수 = 연방이든 지방자치단체든 분권화돼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런 식의 자치경찰을 두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야 하는 방향은 맞는데, 준비 없이 할 경우 문제가 있다.

박민 =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임명하는데, 그런 단일 조직에 독립 수사권을 주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장영수 = 그런 문제도 있고, 또 어느 순간에 모든 권한을 한꺼번에 넘기는 건 안 되고 단계적으로 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단계적으로 하자는 건 이미 하고 있는 걸 제도화하는 식으로 가자는 거다. 가벼운 사건은 사실 경찰에서 거의 다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부터 제도적으로 경찰의 권한을 보장해 주고 범위를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로드맵과 평가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작업은 안 돼 있는 것 같다. 당장 전면적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은 맞기 때문에 우리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시작하지 않으면 또 5년, 10년 공전할 거다.

박민 =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인적 교체가 대폭 예정돼 있어 사법권력의 급격한 교체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장영수 = 그건 헌법상의 문제라서 개헌을 통해서만 손질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3권 분립이 돼 있다고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지적도 많다. 3권이 대등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행정부가 입법부나 사법부에 비해 인력과 조직이 월등히 크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원칙적으로 이건 말이 안 된다. 국회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나. 이런 문제를 고치자는 주장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매우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개헌 사항은 좀 더 지켜봐야 하고, 그 밖에도 우리 법관 인사와 승진 시스템은 꼭 바꿔야 할 것 같다. 지방법원에서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법관들이 계속 인사권자의 눈치를 봐야 하고, 결과적으로 법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외국에서는 평생 지방법원에서 일하다 대법관이 되기도 하고, 고등법원 판사가 지방법원 판사보다 상급이라는 생각도 안 한다. 법관 서열화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박민 = 개헌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가능할까.

장영수 =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은 국회가 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못 한다고 하고, 대통령이 하려고 하면 국회가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양쪽 다 하겠다고 한다. 대선 때에도 여러 시민단체나 국회에서 각 당 후보자 전부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밝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한다는 데 대한 국민의 지지와 공감도 높다. 남은 문제는 개헌이 어느 정도 폭으로 되느냐다. 뭐니뭐니 해도 권력구조와 정부 형태가 어떻게 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여당 쪽에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통령 권한 일부를 축소하고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정도를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으로 하고…. 반면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선 그래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 해결을 못 한다고 한다. 이원정부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정도로는 해야 된다는 거다.

박민 = 최근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정치 참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공무원이나 교사의 정치 활동은 허용돼야 하는데, 우리 현실상 그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이정 = 전교조나 전공노가 문 대통령에게 받을 빚이 있으니 자기 지분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전교조의 경우 절대다수가 조합원으로서 아무 하자가 없는데, 극히 일부가 해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법외 노조가 돼 있다. 많은 나라에서 적어도 조합원 자격에 대해 높은 장애물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 절대다수가 현직 교원이면 법적 노조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재정민주주의와 노조 활동 간에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재정민주주의라는 건 국가 예산과 재정은 국회가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노조의 최종적인 목적은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정부 재정과 예산을 국회가 정하도록 돼 있는데, 노사가 공무원 임금을 교섭을 통해 정하게 되면 서로 충돌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공무원의 노동 기본권은 허용하되,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박민 = 전교조의 경우 이념 편향성, 교육 현장에서의 정치적 중립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장영수 = 그와 관련해서는 나라마다 제도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 그 나라의 문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활동과 공적 업무 수행이 구분되고, 이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그런 걸(정치적 활동) 허용해도 괜찮다. 그런데 우리는 두 가지가 섞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업무 속에서 그런 걸 해도 되는 것처럼 정당화해 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업무 시간 외에 친구들을 만나서 정치적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을 하면서 ‘나는 이쪽 편이니까, 그쪽에 유리하게 하겠다’는 식으로 나타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우려 역시 그런 식의 교육을 합법화하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정 = 개인적으로 전교조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한다. 유학 갔다 온 사람들한테 물으면 아무 문제 없다고들 한다. 기성세대들이 자기 코드에 안 맞기 때문에 전교조의 이념 성향을 문제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본다.

강성진 = 전교조가 의견 제시하는 걸 허용해도 문제 없다고 보는데, 그걸 강의할 때 거르는 시스템이 아직 없는 게 문제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아직 토론이 아니라 그냥 교수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

장영수 = 더 문제가 되는 건 대학생과 어린 학생들 상대 강의는 다르다는 점이다. 교사와 교수의 레벨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강성진 = 인정한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걸 허용해 줌으로써 토론문화가 발달하고 거기서 걸러지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한다.

장영수 = 내 얘긴 그게 아니라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을 통해 걸러낸다는 것에 찬성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교사가 ‘나는 이런 입장이다’라고 얘기하면 토론이 될 수가 없다.

이정 = 유럽에서는 근로환경 개선이 노조의 주된 역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조가 민주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장영수 = 문제는 근로 3권이란 말 그대로 근로조건 개선이나 임금수준 향상을 위한 거지 정치 활동을 위한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전교조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중심인 것처럼 움직인다. 그럼 노동단체가 아니라 정치단체가 돼야 한다. 알맹이와 껍데기가 안 맞는 거다.

박민 = 국정교과서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장영수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가는 게 국가 활동의 효율성,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정권을 가졌다고 해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정교과서의 경우도 ‘내가 이거 마음에 드니 밀어붙여, 아니면 백지화해’ 식이라면 양쪽 다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는 당장 밀어붙여서 빨리 결정하는 것보다 공감대를 형성해서 천천히 결정해야 뒤탈이 없고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박민 = 문재인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적폐로 보는 것 아닌가.

장영수 = 적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절차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태진 = 사람 생각을 하나로 정해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양한 교과서를 놓고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적폐라고 생각해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박민 =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절대평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목적고와 외국어고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수월성을 키우기보다는 경쟁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박상욱 = 수능(개편)은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를 잘 내서 분포가 좋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상대평가가 무조건 수월성을 키우고 절대평가는 수월성을 버린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 다만 아무래도 진보 정부다 보니 평준화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결국 교육이라는 게 계층 이동을 뒷받침해 줘야 하는데, 절대평가를 하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거나 아니면 특목고를 폐지했을 때 계층이동이 나아진다는 근거가 있나. 그런 것을 내놓고 정책을 펴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역시 신념에 의한 정책이지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모든 특목고를 폐지해도 과학고는 폐지 안 할 거다. 이공계 교육의 수월성은 계속 가지고 가면서 인문·사회계 수월성 교육을 폐지했을 때 앞으로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부분에서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을까. 그동안 사실 외국어고 덕분에 수월성 면에서 인문·사회계와 이공계의 균형이 맞은 부분도 있다. 또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변별력을 가진 수단으로서의 지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는 대학들이 가르치고 싶은 인재를 뽑을 자율성을 얼마나 허용해줄 것인지 그 방안도 같이 내놔야 한다.

강성진=나도 수험생 자녀가 있는데, 평준화와 수월성 반대 다 좋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죽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걸 좀 알았으면 한다. 고등학교 교실에 한 번 가 봤으면 좋겠다. 강남의 고등학교에 가도 수학 시간에 학생의 30% 정도만 문제 풀고 나머지는 다 잔다. 그런데 대치동 학원에 가 보면 다 수월성 교육을 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지금 정부가 지역별·학교별 성적 발표 못 하게 하지 않나. 실제 얼마나 격차가 심각한지 공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준화 한다고 수능 시험의 힘을 빼면 부유층만 더 잘할 수밖에 없다. 스펙 쌓는 거 돈 없으면 못 한다. 나는 학생 평가와 선발을 대학에 맡기면 된다고 본다.

장영수 = 수험생 입장에서 볼 때 입시는 경쟁이다. 경쟁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면 경쟁이 없도록 하는 게 아니라 공정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수험생들이 ‘내가 쟤보다는 더 공부를 열심히 잘 했는데, 대학 들어갈 때 보니 쟤가 나보다 더 좋은 곳에 가더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굉장히 부당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이 시스템을 안 받아들이고 포기해 버린다. 정부는 사교육을 누르면 공교육이 정상화된다고 믿는 듯한데, 사교육을 없애도 공교육을 키우지 않으면 교육은 정상화 안 된다. 지금 공교육은 자꾸 사교육으로 떠밀려 가도록 하는 구조를 만든다. 온갖 학생들이 다 섞여 있으니 학교에서는 그 중 어느 한 쪽에 맞춰 수업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어떤 학생은 못 알아듣고 다른 학생은 다 아는 걸 또 배우게 된다.

이정 = 사교육이나 특목고 모두 다 종착역은 대학 입시다. 그런데 대학 입시는 대학 서열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다. 수능 시험이나 예비고사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제도인데,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대학에 안 가도 취직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패자부활전이 있는데, 우리는 한 번 대학에 입학하면 끝이다. 다른 학교로 전학하기도 어렵다. 대학 입시가 그렇게 중요하다 보니 다들 목숨을 거는 것이다.

박민 =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는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데, 이런 틀이 앞으로 논쟁적인 정책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이태진 = 대표성 있는 일반인을 포함시켜 합의된 안을 제시하면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시민위원회, 공론화위원회를 의사 결정에 참고하는 것, 일반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끌어내는 것은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그렇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말하면서 정작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왔다갔다 했다. 이렇게 계속 바꿀 게 아니라 정말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틀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교육정책을 결정했으면 좋겠다.

박민 = 어떻게 대표성을 확보하느냐가 문제인데.

이태진 = (시민위나 공론화위를 구성할 때) 통계조사 하듯이 무작위로 뽑고, 그 가운데 편향성을 갖고 있을 만한 사람은 빼야 한다. 가령 건강보험의 경우 의사, 약사, 간호사 등 다 제외하고 일반 시민들 중에서 무작위로 뽑아 그들만의 토론을 통해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실제로 있었다.

장영수 = 시민위든 공론화위든 법적 근거가 없이 구성하는 것은 정당한 대표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박민 = 방송개혁과 관련해 현장에서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영방송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장영수 =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 때 3분의 1 정도만 정치권이 여야 합의로 하고, 나머지는 다른 분야에서 들어오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또 대표이사, 사장을 위에서 낙하산으로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인사에서부터 독립되지 않으면 공영방송 개혁은 힘들다.

박민 = 영국 BBC가 그런 식이어서, 정부의 입김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권도 그걸 안 하려고 했다.

강성진 = 결국 말은 개혁이라고 하지만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종합편성채널도 3년마다 재허가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정권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겠나. 방송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min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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