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진은 자택에서 고양이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김우창 교수. 작은 사진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최영민 촬영감독 제공
큰 사진은 자택에서 고양이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김우창 교수. 작은 사진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최영민 촬영감독 제공

다큐 ‘기이한 …’ 제작·강연집 ‘법과 양심’ 출간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는 인문학자 김우창(80). 문학, 예술, 생명, 정치 등을 전방위로 오가며 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쳐 온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법, 윤리, 도덕, 양심의 문제를 고민한 책 ‘법과 양심’(에피파니)이 최근 출간됐고 그의 삶과 사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감독 최정단)는 촬영을 마무리하고 내년 봄 개봉을 위해 편집 작업에 돌입했다. 러닝타임 100분 안팎의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는 여러모로 의미 있고 흥미로운 작업이다.

들뢰즈의 인터뷰 동영상 ‘질 들뢰즈의 A to Z’,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을 다룬 ‘지젝!’처럼 외국에서는 학자의 사상과 삶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드물지 않지만 우리에겐 꽤 낯선 작업이다. 인문학자의 기록이라면 저작과 전기물 정도에 머물러 있는 데다 기록의 역사와 경험이 척박한 우리 현실에 이유가 있기도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근현대 예술가를 대상으로 구술 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술 아카이브용이 아니라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한 대중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다큐는 그 결이 다르다.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의 시작은 김 교수의 고려대 86학번 영문학과 제자 최정단 감독이 2004년 스승의 정년퇴임 출판기념회에 촬영 카메라를 들고 오면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없었다. 그저 “일상적인 자리에서 들려주는 선생님의 말, 이야기, 통찰들을 혼자 듣고 말기가,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웠다. 어떤 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시작해 최 감독은 오랜 시간 동안 김 교수의 강연, 말, 일상을 찍었고, 주변 사람들, 그로 인해 길을 바꾼 젊은이들을 인터뷰했다. 최 감독은 최근에야 본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지난주부터 스승에 대한 심층 인터뷰에 들어갔다.

김 교수는 “이게 무슨 영화가 되겠느냐”고 하지만 최 감독은 “한 인문학자의 사유, 아름다운 그 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는 고양이 깡패와 귀남이를 키우는 일 같은 독자들이 알기 힘든 노학자의 일상도 등장한다. 최 감독은 극장용 다큐와 함께 방송용 콘텐츠를 따로 만들 예정이다.

한편 ‘법과 양심’은 김 교수가 법과 양심을 주제로 한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대상이 다른 강연이지만 큰 흐름으로 잘 정리돼 있어 비교적 쉽게 그의 사유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정점으로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법, 질서, 도덕과 이 모든 것에 앞선 부드러운 덕성인 양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김 교수는 법을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조건인 자유와 연결해 설명한다. 법은 제한과 구속을 의미하지만 자유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법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라며 시민적 자유는 일정한 법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즉 자유의 구성(Constituo Libertatis)은 국가의 기본 틀로, 이는 자유가 이성적 질서 속에 정착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양심을 법과 관계 지어 이렇게 설명한다. 법은 양심을 보이는 질서,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질서의 일부가 되게 한다. 하지만 법은 양심이 작용하지 않는 곳에서도 양심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질서가 존재하게 한다고, 그래서 양심은 법 이전에 존재하고, 법 이후에, 또 법 밖에도 존재한다고 한다. 법과 양심이 우리 사회에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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