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시·군서 관련 계획 내놔
“부실 조사·역사 왜곡할 우려”
전북 남원시는 지난 11일 가야 유적 정비·복원사업의 국비 확보를 위해 긴급 발굴, 정비 대상 유적 선정, 가야 유적 사적 지정 추진, 학술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경남 김해시는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와 함께 오는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가야사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경북 고령군은 지난 9일 군청에서 학계 전문가와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가야 역사문화 발전계획과 정책 개발을 모색하기 위해 ‘대가야역사문화발전위원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 의지를 표명하고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가야사 개발에 대한 계획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현재 무려 20개의 시·군이 가야사 개발 및 복원에 뛰어들었다. 가야사는 경남·북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다가 근래에 순천, 남원, 장수 등 호남 동부지역에서도 가야계의 유적과 유물들이 발견됨에 따라 호남의 시·군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경남·북도와 부산시까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6월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시·군과 첫 회의를 열어 학계와 전문가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경북 가야 유적의 독창성을 체계적으로 연구·발굴해 나갈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시도 최근 4개 영역 17개 사업으로 꾸려진 ‘부산지역 가야 문화 연구·복원사업 계획’을 내놨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정부의 예산을 확보하고 관광사업을 개발할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가야사 조사·발굴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가야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역사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경남발전연구원 김태영 연구위원은 “가야사 복원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그동안 소외된 가야 역사를 재조명할 기회가 왔지만, 성급한 추진과 정치권의 연구 주도로 역사를 과장·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야 유적이 훼손되거나 역사적 사실의 과대포장·전시행정·부실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 간 조정이 절실한 것이다. 예컨대 관광을 통한 지역의 수익 창출에 골몰하는 지자체들이 현재 진행 중인 가야 관련 축제는 경상도에만 김해 가야문화축제, 고령 대가야체험축제 등 6개나 되지만 어느 하나 수익을 제대로 내거나 역사를 바르게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따라 가야 문화권 지역 발전 시장군수협의회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오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시회의 및 가야사 포럼을 개최한다. 2005년 영호남 지자체가 모여 발족한 이 모임에 최근 김해시와 상주시, 여수시 등 3개 시가 합류했다. 이 모임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지자체의 가야사 개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지 관심을 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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