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개봉 ‘브이아이피’

北고위급 아들 탈북싸고 암투
장동건·김명민·이종석 등
화려한 캐스팅 불구 기대 못미쳐


‘기획귀순’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으로 기대감을 키운 영화 ‘브이아이피’(사진). 그 뚜껑을 열어보니, 신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로 과하게 양념을 해 불쾌감을 전하는 음식이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북한에서 망나니짓을 하고 도망치듯 귀순한 고위급 관료의 아들을 놓고 한국 국가정보원과 경찰,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보안성 등 각국 권력기관이 벌이는 암투를 그렸다.

CIA 요원 폴(피터 스토메어)은 해외에 숨겨둔 북한 비밀계좌를 관리하는 관료의 아들인 김광일(이종석)을 빼돌려 한국으로 보내고,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이 김광일을 관리한다. 하지만 김광일이 한국에 온 후 젊은 여성을 노린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특별수사팀 경감이 자살하자 다혈질 경찰 채이도(김명민)가 특별수사팀을 맡는다. 결정적 증거를 발견한 채이도는 김광일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잡으려 하지만 박재혁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한다. 여기에 김광일에게 부하를 잃고, 자신도 죽을 뻔한 북한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박희순)이 복수를 위해 덤벼들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영화는 이런 줄거리를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눠 빠른 속도로 풀어냈다. 하지만 각 캐릭터가 단선적으로 그려지고,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 이어지며 흥미가 반감된다.

배우들은 각기 역할에 맞게 열연을 펼쳤지만 이마저도 겉도는 이야기 속에서 과하게 느껴진다. 장동건은 북에서 온 VIP를 지키며 갈등하는 인물을 충실히 그려냈지만 감정의 변화가 와 닿지 않으며 김명민도 잡으려는 자의 패기를 지나치게 보여주며 튀는 느낌을 전한다. 특히 김명민이 모든 장면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대사를 하는 모습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처음 맡은 악역을 섬뜩하게 그려낸 이종석과 처절하게 복수에 나서는 박희순의 연기도 어정쩡한 영화의 톤에 묻혀버렸다.

이러다 보니 영화 초반부터 반복적으로 나오는 잔혹한 장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다. 처참하게 죽은 여성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살해 장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모자란 만듦새를 덮으려는 시도로 인식된다.

‘부당거래’의 각본을 쓰고, 한국형 누아르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은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배가시킨다. 박 감독은 1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며 “(관객들이)어떤 느낌을 가질 지 궁금하다. 장르에 충실하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관람불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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