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불연 외장재
최근 영국 런던과 두바이에서 두 달 간격으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 지난 6월 런던의 그렌펠 타워와 8월 초 두바이의 토치 타워 화재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두 건물 모두 외벽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져 나갔다. 그렌펠 타워는 15분 만에 24층 꼭대기까지 화염에 휩싸였다. 토치 타워는 중간층에서 발화한 불길이 순식간에 84층 옥상까지 번졌다. 불길을 확산시킨 주범으로는 가연성 외장재가 지목받고 있다. 외장재는 쉽게 설명하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외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외벽에 부착하는 마감재다.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외장재가 불길이 건물 전체를 휘감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치 타워와 그렌펠 타워 외장재는 유사한 제품이다. 그렌펠 타워에 쓰인 ‘레이노본드 PE 패널’은 가연성 폴리에틸렌 패널에 알루미늄을 샌드위치처럼 덧대어 만든 외장재다. 이는 값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을 주로 쓰는데 가격이 저렴해 건물 외관을 윤색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한국은 고층빌딩 화재 위험에서 안전할까. 현재 건물 외장재에 대한 허용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건축법을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두 차례 큰 화재를 겪으면서 관련 법안이 재정비됐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2012년 30층 이상 건축물에는 불연성(不燃性) 재료를 외장재로 사용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2015년에는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사고를 겪으며 불연성 마감재 의무사용 대상을 6층 이상 건물로 확대했다. 이는 부산과 의정부 화재 당시에도 알루미늄 패널과 스티로폼 등 가연성 재료가 외장재로 사용돼 인명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건자재 업체들은 고층빌딩 화재를 막을 능력을 상당 부분 갖췄다. KCC 건자재 업체 등은 이미 2012년부터 불이 붙지 않는 외장재를 내놓고 있다.
외장재는 유기 단열재와 무기 단열재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준은 화재가 났을 때 불이 붙는지 여부다.
무기 단열재의 원료는 불이 잘 붙지 않는 규사, 안산암, 무기질 등이다. 건축 현장에서 사용되는 ‘그라스울’ ‘미네럴울’ 등이 대표적인 무기 단열재다. 반면에 유기 단열재의 원료는 페놀수지와 폴리스티렌수지 등이다. 모두 불이 잘 붙는 화학제품으로 준불연재료 및 가연재료로 분류된다. ‘스티로폼’ ‘PF보드’ ‘경질우레탄 보드(PUR)’ ‘압출법 보온판(XPS)’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특징을 따져보면 무기 단열재는 화재 시에도 유해 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KCC의 ‘그라스울 네이처’는 유리 원료를 녹여서 만든 섬유를 판이나 원통 형태로 만든 인조 광물 섬유가 재료인 단열재다. 이 회사의 ‘미네럴울’은 규산칼슘계 안산암을 고온에서 녹여 뽑은 섬유로 만든 단열재다. 두 제품 모두 광물 섬유로 외장재를 만들어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번지거나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도록 막아준다.
유기 단열재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등 유해 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유기 단열재는 알루미늄판 사이에 스티로폼, 우레탄 소재의 단열재를 넣어 외장재를 만드는데 이 같은 특징은 고층빌딩 화재 때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흡음성 등 방음능력에서도 섬유 제품인 무기 단열재는 주변 소음을 80∼90% 이상 빨아들이는 등 탁월하다. 유기 단열재는 흡음재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이다. 경질 보드 제품의 경우 주변 소음을 흡수하는 차단성능이 무기 단열재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국가기관에서 실시하는 실물 화재실험에서는 성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실물 크기로 건축물을 재현해 실시하는 화재 실험에서 무기 단열재는 약간 그을음만 발생했으며 초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 후에도 잔염과 연기가 아예 없다.
이에 반해 똑같은 조건의 화재 실험에서 유기 단열재는 80%가량 녹아 없어졌다. 불이 꺼진 후에도 약 20분간 잔염과 연기가 발생했다. 이는 2차 화재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최근 국내 건설사들도 화재 우려를 줄이기 위해 무기 단열 외장재를 선호하는 추세다. KCC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삼성전자 우면동 연구개발(R&D)캠퍼스와 대구 창조경제단지, 대림산업이 지은 제주신화역사공원 등에 무기 단열재를 납품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축 단열재 시장 전체 규모 2조5000억 원 중에서 불이 잘 붙는 가연성 제품의 매출이 90%를 차지한다”며 “개정법안이 적용되지 않아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나 고층 빌딩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외장재를 사용할 때 화재 위험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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