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사람 이름이나 사물을 지칭하는 명칭은 그 대상의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군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들어도 위협이 될 만큼 적에게 두려운 존재의 이름을 내세우는 게 중요하다. 전 세계 모든 군함의 명칭 부여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먼저, 함명과 함정의 급으로 구성되며, 보통 2개의 단어로 조합한다. 앞글자는 함정의 급(class), 그 뒤를 잇는 단어는 함명(name)을 나타낸다. 미국 항공모함 중 하나인 니미츠급 로널드 레이건호의 경우 니미츠급 클래스의 항공모함이며, 함명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니미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참모총장,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제40대 대통령. 두 사람의 이름을 함명에 사용하면서, 최강 미국의 위력과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다.

우리나라 해군의 함정 명칭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한국형 이지스함과 구축함에는 세종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처럼 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왕이나 영웅 이름을 붙였다. 잠수함의 경우엔 안중근함, 장보고함처럼 존경받는 위인 이름을 사용한다. 호위함은 광역시·도나 도청소재지 이름을, 초계함은 천안함과 같이 중·소 도시 명칭을 쓰고 있다. 사람 이름에도 동명이인이 있는 것처럼 군함 중에도 같은 이름이 있다. 바로 구축함 이순신(李舜臣)함과 잠수함 이순신(李純信)함. 구축함에 쓰인 이순신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충무공이며 잠수함에 들어간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휘하에서 활약한 장수다.

구한 말 평민 의병장으로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신돌석 장군이 잠수함 함명으로 부활했다. 해군은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아홉 번째 1800t급 잠수함 함명을 신돌석함(艦)으로 결정했다. 평민의 이름이 함명에 사용된 것은 처음.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으로 오는 9월 7일 진수식을 거행한다.

신 의병장은 1896년 고향인 경북 영덕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을 벌였고,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엔 의병을 지휘해 일본 군함 9척을 격침시키는 공을 세웠다. 이후 강원도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 맹활약했지만 일본군에 매수된 부하에게 1908년 독살당해 31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신 의병장이 목숨을 바쳐 조국을 수호했듯 신돌석함이 북핵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의 영해를 굳건히 지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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