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大 대화조건’ 주목

‘先비핵화 後대화’서 후퇴
北核 사실상 용인할 우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의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조치’를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제를 ‘핵과 미사일 발사, 도발적 언행’의 중단으로 공식 제시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대화의 3대 조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에도 언급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비핵화 의지가 희석화되면서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사실상 용인하는 ‘핵동결’ 상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가진 외신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이 같은 북·미 대화 3대 조건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조건이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에서는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선 비핵화 의지 및 후 대화’의 조건과도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5월 북한의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nuclear process)과, 관련 실험의 전면중단(total stop)이 이뤄진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은 외신기자회견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건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북한이 핵폐기 의사를 당장 밝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 핵과 미사일 실험을 ‘전면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해 협상의 전개방향에 따라 최종 목표인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또 협상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북한에 핵미사일 실전배치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의 ‘핵동결 대화 입구론’과 맞물려 북한과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화 결과가 전개될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정보기관을 총괄하던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지난 13일 “이제 우리의 절차는 그것(북핵)을 받아들이고 한계를 정하거나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다면 한국 내부에서는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론’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남북이 대화는 진행하면서도 한반도 남북에 모두 핵무기가 존재하는 ‘불안한 평화’가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은 현재까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해도 안보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경우 협상이 어디로 흘러갈지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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