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농가 공무원 출입 거부
“계란 한판 씩 가지고 나와라”
시료 채취 농장주가 대신해
서둘러 마치려 무원칙 조사
“전수조사, 국민들이 믿겠나”
정부가 ‘살충제 계란’ 파동을 조기에 마무리 짓기 위해 엄격해야 할 전수조사 자체도 날림으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16일 1차적으로 전수조사가 끝난 산란계 농장에서도 이 같은 부실 조사 가능성이 제기돼 시중 판매가 재개된 계란에 대해서도 소비자 불신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전수조사 부실 의혹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농가에서 공무원의 출입을 거부하며 정상적인 시료 채취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5일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인해 해당 농장주가 ‘들여 보내줄 수는 있지만 이후 전염병 발생에 대해선 전적으로 조사자가 책임져야 한다’라며 엄포를 놓는 등 양계장 진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전수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료 채취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 중 무작위로 샘플을 채취해야 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양계장 진입 자체를 못한 것이다. 경기 양주와 충북 보은 지역 등 일부 농가에서 직접 시료 채취 대신 농장주가 전달해 준 계란을 가져왔다.
전수조사를 담당하는 농식품부는 이 같은 전수조사 의혹에 대해 “16일 시료 채취가 다 끝났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해당 농장에 대해 다시 시료 채취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실조사가 언급되는 데는 정부의 ‘조급증’도 한몫했다. 농식품부 측은 이번 살충제 계란 문제가 AI와 달리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전수조사를 서둘러 마무리할 경우 계란 유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당·정·청 협의와 대책 태스크포스(TF)가 국무총리실로 이관되며 이번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라는 정치권의 주문이 이어지자 농식품부는 16일 “샘플 채취가 80% 마무리됐으며, 18일에는 정상 유통도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정부가 이처럼 일정에 맞춰 서둘러 전수조사를 끝마치기 위해 무원칙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계란이 정상 유통되더라도 국민 불안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국민이 계란을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라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이 같은 전수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수조사 자체에 대해 국민이 믿지 못하게 됐는데, 유통이 재개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계란을 구입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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