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동시 분석법 확립 불구
정부지정 기관서는 분석못해”
많은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를 다른 농약과 섞어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농가는 사료에 섞여 먹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부 계란 유통업체들은 이들 농가로부터 잔류농약 분석서 등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납품을 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닭 진드기는 여름철에 많이 발생해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대비했어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방조하다가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자 뒷북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용호(사진) 서울대 수의과대학 미생물학연구실 교수는 1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에 대해 이 같은 총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항생제 내성 특별위 의장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위생심의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산란계 농가의 농약사용 실태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박 교수는 당시 “닭 진드기는 여름철에 문제가 되니 4월부터 대비한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박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산란계 사용농가에 대해 탐문조사를 한 결과 닭 진드기는 심각한 상태였다. 확인한 120농가 중 113곳에서 닭 진드기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문제는 농약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일부 산란계 농가들이 닭 진드기를 방제하기 위해 닭의 몸과 닭장에 여러 가지 농약을 돌려가면서 직접 살포하고 있었다”며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불법 유통된 농약을 사료에 섞어서 먹이는 곳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닭 진드기가 많아져 농약을 더 많이 사용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을 닭의 몸과 케이지 등에 살포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계란 껍데기는 물론 알에서도 해당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당시 이런 문제점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에 제시했던 사실을 밝히며 “정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축산물 잔류농약 분석시스템이 확립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분석할 수 없는 시스템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농촌진흥청 등에 19가지 농약 성분을 한 번에 분석하는 ‘다성분 동시분석법’이 확립돼 있지만 정부가 지정한 축산물 시험 검사기관에서는 이를 분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우선 정부가 산란계 농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농약에 대해 동시에 검출하는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