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머스(24·미국)는 지난달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브리티시오픈에서 컷 탈락했다. 하지만 토머스는 곧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라이벌인 조던 스피스(24·미국)를 끝까지 응원했고, 스피스가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리는 것을 옆에서 축하했다. 토머스는 스피스가 클라레 저그에 음료수를 담아 마시는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두 친구의 처지는 바뀌었다. 지난 14일 토머스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를 우승하면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작성할 수 있었던 스피스는 친구의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골프채널은 17일 토머스와 스피스의 관계를 예로 들며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 닉 팔도와 그레그 노먼,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과 같은 “날 선 적대감과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의 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 과거처럼 서로 신경을 건드리며 ‘핑퐁게임’을 펼치는 대신 우정을 쌓으면서 동시에 경쟁하는 관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이자 경쟁자를 통해 동기 부여가 되고,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토머스는 스피스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처음 본 것이 아니었고, 스피스가 우승해 정말 행복했다”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질투심이 일었고, 더는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27·미국)는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33·미국)과 가깝다. 존슨은 올해 US오픈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켑카에게 “인내심을 갖고 하던 것을 계속하면 이길 수 있다. 너무 앞서가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켑카는 존슨의 조언에 힘입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머스의 아버지이자 스윙 코치인 마이크 토머스는 “아들이 ‘내가 조던을 이긴 적이 있는데, 조던이 한 메이저 우승을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냐’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켑카의 캐디인 리키 엘리엇도 “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는 ‘네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골프채널은 PGA챔피언십 우승 후 토머스와 리키 파울러(29·미국)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파울러가 ‘친구 따라 메이저 우승’의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를 한 파울러는 스피스와 나란히 앉아 토머스가 우승하는 것을 지켜봤다. 파울러는 “친구가 잘하는 모습을 보면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고 동기 부여가 된다”며 “나의 시간도 곧 온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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