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과 동시에 국정(國政)을 시작해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문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힌 것은 자연스럽다. 문 대통령은 그간의 국정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를 실천해 왔다”고 말하고, 그 성과에 대해서는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이라고 자평했다. 나아가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과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당면한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문 대통령의 인식은 총론 측면에서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각론에 들어가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이어 이날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론 ‘촛불’에 연연하고 있다. 소통과 통합의 요체는 반대 세력, 즉 야당이나 비판 세력과의 대화와 설득이다. 70∼8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정 지지율의 실상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초반 지지율 환상’에 빠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역대 대통령들이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탄핵 당한 전임 정부로 인한 기저(基底)효과를 제거하면 인사 난맥과 국정 혼선 등이 다른 정부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다.

안보·경제의 사면초가 상황이 더 깊어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안보·경제를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대책 등과 관련, 국내외적으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운동권식의 ‘낭만적’ 대북관과 사드 배치에 대한 애매한 태도 등으로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멀어지고 있다. 경제·민생 측면에서는 ‘선심성’이 과도하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복지는 필요하지만 급격한 확대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당·정·청 회의에서 “방향은 맞지만 부담 또한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문 대통령의 ‘준비기간’은 끝났다. 더 이상 전임 정부를 탓하지 말고, 성과를 내는 데 진력해야 한다. 특히 적폐 청산 미명으로 어렵게 쌓아올린 성과를 허물기보다 더 부강(富强)한 나라를 만드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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