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여름이 졸업과 입시 시즌이다. 졸업 논문 발표 및 마지막 학년을 맞은 대학 및 대학원생들의 논문 주제 선정 기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베이징(北京)의 한 유명 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를 통해 어떤 한국어 전공 학생이 논문 주제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후 한국 내 중국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통해 본 대중 인식 변화’를 논문 주제로 삼았다는 말을 듣고 최근의 한·중 관계가 미래의 양국 간 가교가 될 젊은 학생들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지난해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일방적인 보복 조치로 한·중 관계는 전례 없이 냉랭하다. 외교적 소통 채널은 회복됐지만 체감 국민감정은 6·25전쟁 이후 최악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중국 정부가 휘두른 방망이에 한국 기업과 경제가 피해를 보고 정부는 내정 간섭성 협박을 당한 결과다.
요즘 한국 기자들이 쓴 중국 관련 기사 댓글 창은 국내 네티즌의 중국 비판이 대부분이다. 종종 한국 네티즌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 네티즌과의 인신공격성 싸움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위 중국 학생의 논문 내용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한국어 전공 학부를 졸업해 한국 회사에 다니다가 대학원까지 한국어학과를 지원했던 이 학생은 졸업 뒤 진로를 외국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1년 전 지면을 통해 각종 국제 행사로 떠들썩한 말잔치를 벌이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마저 등을 돌리는 중국을 꼬집어 ‘실패로 귀결된 시진핑(習近平) 전반기 외교’라는 칼럼을 썼다. 시 주석 집권 전반기를 마감해가는 지금, 중국 외교 성적표는 실패 그대로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외교도, 대미 외교도, 국제적 이미지든 어느 것 하나 망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중 가장 심각해 보이는 것은 악화한 상대국의 국민감정이다.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해 온 한국인들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중국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1992년 수교 이후 ‘개혁 개방 이후의 중국’만을 보아왔던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을 감싸는 모습뿐 아니라 6·25전쟁의 중공군과 병자호란 때의 청나라까지 상기시켰다.
일주일 뒤 24일이면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문재인 정부도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출범 당시 가졌던 양국 관계 개선의 기대는 아직은 섣부른 듯하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정상회담 기대까지 나왔지만 올해 25주년 행사는 각각 따로 조용히 치른다. 올가을 당 대회가 끝나면 중국도 한·중 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으려 할 것이다. 이후 계기가 마련되더라도 중국은 상처받은 한국인의 감정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당국이 여론을 통제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여론의 동향에 눈 감을 수 없다.
또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이 중국 정부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 내의 중국인 유학생과 중국동포를 비하하는 발언, 중국인 전체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만연해선 안 된다. 어느 나라에서 왔든 한국어와 한국에 관심과 비전을 가지고 온 사람들을 지한파로 키워나가는 것도 국력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이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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