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인증제’ 구조적 문제

6월부터 인증 전면 민영화
직원 5 ~ 6명 영세업체들 난립
수익 위해 전문가는 임시고용

친환경분야 단일화않고 세분화
관피아 ‘일감 만들어주기’ 논란
작년 인증 품목 7만8000여개

“작년 AI로 농가 접근못할때
살충제조사 공문 내려오기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드러난 친환경 인증제의 허점 이면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과 인증기관 간의 유착관계가 존재했다. 영세한 인증기관들이 농관원 퇴직자들의 은퇴 이후 수익처로 전락하며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 과정의 엄격한 관리·감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18일 익명을 요구한 A 민간 인증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인해 양계 농가 출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올해 3월 무항생제 친환경 인증 농가에도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었다”며 “하지만 출입이 금지된 농가에 민간 인증기관 조사원들이 어떻게 접근해서 살충제 사용 여부를 확인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농관원은 친환경 인증기관에 인증심사와 인증서 발급을 위탁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뿐만 아니라, AI 방역관리도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상호 모순된 두 조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음에도 농관원은 물론 인증기관도 이를 확인하고 개선할 노력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농관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AI를 막기 위한 일에 조직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을 때”라며 “친환경 인증농가의 살충제 사용 여부를 인증기관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민간 인증기관들의 영세성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 내 산학협력단에서 운영하는 기관을 제외하고는 상근 직원이 5∼6명도 되지 않는 기관이 대부분이다. 유기축산물, 무농약·무항생제축산물, 유기가공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인증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상시 상근직이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 인증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비상근 직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들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 인증 심사 전문가를 정식 채용하지 않는 것이다. B 인증기관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직원들을 쓰면 회사 운영이 힘들다”며 “친환경 농가 현장 방문 조사·심사를 매일 하진 않기에 비상근 인력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인증 권한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지난 6월부터 인증 권한을 민간으로 완전히 위탁했다. 하지만 농관원에서 과거 위탁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인증기관들을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친환경 인증 분야가 해외처럼 친환경유기농(organic)으로 단일화하지 않고 ‘무농약’ ‘저농약’ ‘항생제’ ‘화학비료’ 등으로 세분화돼 있었던 점 역시 인증기관들에 업무를 주기 위해 만든 조치라는 게 인증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란계 농가 전체 1456곳 중 절반이 넘는 780곳이 전국 64개 민간 인증기관으로부터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았다. 인증기관들은 농가로부터 일정액 수수료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체계다. 수수료와 출장비, 검사비 등 인증 건당 비용은 평균 80만 원 정도다. 지난 한 해 동안 인증받은 농가의 농축산물 등의 품목 수만도 7만8000여 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인증기관들이 농가를 상대로 ‘인증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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