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인증취소 요건안돼
“솜방망이 처벌… 개선 시급”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통해 ‘친환경 마크’를 사용 중인 산란계 농가들이 살충제를 썼다 하더라도 현행 법규상 곧바로 인증을 취소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비와 지방비로 친환경 농가에까지 살충제를 공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에 기름을 부은 정부가 ‘탁상 행정’으로 사후 관리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들조차 “살충제를 쓸 경우 곧바로 친환경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관계자는 18일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가 살충제 같은 유기합성 농약을 사용할 경우 현행 법규상 곧바로 인증을 취소할 수 없고 시정명령만 내릴 수 있다”며 “시정명령을 받은 농가는 3∼6개월간 제품의 친환경표시를 제거하고, 그 기간이 경과한 후 재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취소 요건’은 △축사의 밀도 조건 위반 △전환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첨가하지 않아야 할 물질 첨가 △수의사 처방 없이 동물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환경인증 농가가 ‘살충제 계란’을 생산하고도 수개월만 조심하면 친환경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한 이 같은 규정은 친환경인증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데다 믿을만한 먹을거리를 찾는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인 한경대 관계자는 “친환경 농가가 농약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당연히 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소비자들의 신뢰 획득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친환경인증 농가들을 대상으로 연 1회가량 이뤄지는 정기 검사에서 살충제가 중점 점검 항목에서 빠져 있는 현실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의 21배나 검출된 전남 나주 A 농가의 경우 올초 연 1회 이뤄진 사후관리 검사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