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표 환노위원장 인터뷰

기업, 인건비 탓 경쟁력 저하
해외로 눈 돌릴 수밖에 없어

기아차 소송 노조 승소할 땐
中企노동자와 임금격차 커져


“통상임금 논란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낮아지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 2013년 대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는 취업규칙 등을 변경해 판결을 무력화했다”며 “결국 노조 힘이 강한 고임금의 대기업 노동자들만 임금 인상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함께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한 홍 위원장은 대우그룹 노조협의회 사무처장, 한국노동운동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여권의 대표적인 노동계 출신 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위원장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이처럼 우려를 표한 이유는 이달 말로 예정된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 1심 선고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계와 기업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지난 2011년 노조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 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회사 측 부담 금액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홍 위원장은 “(2013년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을 통해 임금이 10∼15% 정도 올랐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치열하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산업 지형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이후 2014년부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한국GM은 그해에만 인건비 부담이 1300억 원 늘었고, 사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홍 위원장은 “통상임금은 결국 개인이 노동을 한 대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에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중소기업 노동자들과의 임금 격차가 커지는 점,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판결에서 기아차 노조가 승소한다면 법을 따라야겠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만드는 등 사회적 합의책이 함께 도출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홍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과 양극화 해소에 필요하다”면서도 융통성 있는 정책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력이 있음에도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곳은 철저히 단속하되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5인, 10인 등 사업장 규모별로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하고 단속과 처벌도 단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생산성을 더 높여 성장하고 발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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