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덜 받으니 일 더 즐거워
25년 활동했는데 대표작 적어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다짐”
“‘중2병’은 예외 없이 다 오나요.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이 없을까요.”
아무리 나이가 들었더라도 배우 장동건(사진)이 이런 걱정을 하다니. 의외였다. 지난 2010년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일곱 살 된 아들과 세 살 먹은 딸을 두고 있는 장동건은 영화 홍보에 나서서도 여느 아빠들처럼 가족 생각에 빠져 있었다.
영화 ‘브이아이피’(23일 개봉)의 주연을 맡은 그를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난 그에게서 뭔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다 내려놓고 유연해진 느낌이 들었다. 달라진 이유를 묻자 그는 “‘우는 남자’를 촬영할 때쯤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었다. 연기가 재미없어지고 나 자신에 대한 관심도 없어졌다”며 “그런 시기를 겪은 후 ‘7년의 밤’ 촬영을 하며 다시 새로워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다시 나 자신이 멋있어 보였다(웃음)”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혹시 갱년기를 겪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런 변화는 작품 선택의 기준에도 적용됐다.
“작품을 연이어 하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안 하고 있을 때도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연 주기는 별 상관없었죠. 예전에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어요. 좋은 점이 70이었어도 나쁜 점 30을 크게 생각해 출연을 고사했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냐와 제가 어떤 캐릭터를 맡냐를 봤죠.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제 출연 분량이었어요. 근데 그렇게 선택한 작품들이 다 잘되진 않았고 이제는 분량이 적은 것도 부담이 덜 된다는 생각에 좋은 점으로 꼽아요.”
‘브이아이피’도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장동건을 비롯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4명의 배우가 각기 한 축씩을 맡아 서로의 관계를 풀어낸다. 북한에서 망나니짓을 하고 도망치듯 귀순한 고위 관료의 아들(이종석)을 놓고, 국가정보원 요원(장동건)과 경찰(김명민), 북한 보안성 공작원(박희순)이 암투를 벌이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를 찍으며 제가 현장에 있었던 부분이 (다른 작품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어요. 한 배우가 쭉 이끌고 가다가 바통 터치하는 식이었죠. 전에는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고 신중하게 출연을 결정했지만 ‘브이아이피’는 한 번 읽고 바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장 먼저 다가왔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가 필드에서 뛰다가 사무직으로 들어앉은 역할이고 영화가 진행되며 감정의 변화가 있는 인물이라 더 끌렸어요.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고요.”
“멋을 빼니 영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라”는 말을 건네자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보이고 싶었어요. 그동안 무겁고 감정의 골이 깊은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는 감정을 덜어내는 데 집중했어요. 처음에는 감정을 빼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촬영이 진행되며 ‘이 톤이 맞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2년 데뷔한 그는 인터뷰 내내 “25년이 되니”를 반복해서 말했다.
“부담을 덜어내니 일이 즐거워지고 있어요. 저 자신에게도 고맙고요. 25년간 활동했는데 아직도 제 대표작이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잖아요(웃음).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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