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어떤 지역이라도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는 26일 대대적인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앞둔 제주도의 정책 목표다. 대수롭지 않은 목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제주의 대중교통 사정으로는 ‘꿈만 같은’ 일이다.
제주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워 때 신제주와 공항 일대 도로의 통행 속도는 서울 도심보다 느리다. 제주의 차량 증가율은 인구 증가율의 다섯 배를 뛰어넘는다. 올해 제주 인구는 2011년에 비해 14.4% 늘었지만 자동차는 25만7000대에서 지난해 46만7000대로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가구당 차량은 전국 시·도 가운데 1위인 1.32대다.
차량 급증의 원인은 대중교통이 제 몫을 못해서다. 제주도의 대중교통 미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제주도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10.08%. 전국 꼴찌다. 경기도의 38.5%에 대면 거의 4분의 1수준이다.
제주의 대중교통 이용이 저조한 이유는 분명하다. 노선이 턱없이 적고, 배차 간격도 들쑥날쑥하다. 기사의 불친절도 악명 높다. 이러니 대중교통으로 제주를 여행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노선표가 헷갈리는 건 기본이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려면 몇 번이나 차를 갈아타야만 한다. 1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사정이 이러니 관광객은 도리없이 렌터카를 빌리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고비용 관광’을 할 수밖에 없다.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들은 대여 스쿠터로 위험천만한 여행을 한다.
제주의 불편한 대중교통 문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란 혐의가 짙다. 렌터카 업자나 택시기사에겐 불편한 대중교통이야말로 ‘영업기회’다. 대중교통이 불편할수록 손님이 많아질 테니 말이다. 교통체계 개편에 줄곧 반대해온 제주택시조합 요구사항에서도 이런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급행버스 공항 진입 금지, 관광지 순환버스 폐지, 읍·면 순환버스 과다노선 축소…. 제주의 대중교통 문제가 곪아 터질 지경이 돼서야 수술대에 오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행버스의 공항 출발·도착 문제를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제기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상인의 요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택시기사들이 “급행버스가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면 관광객들만 앉아서 가게 되는 셈이어서 주민들에게 역차별이 된다”는 주장을 들고나온 건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주장에서 마주치는 건 제주에서 자주 마주하는 ‘육지 것들’과 ‘제주 사람’의 이분법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숫자는 1582만 명.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관광객 11만4246명이 제주에 체류하고 있다는 답이 나온다. 제주의 전체 인구는 65만 명. 관광객이 전체 인구의 6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셈이다. 마땅히 지자체 정책의 배려 대상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관광객이 앉아서 가는 꼴’을 죽어도 못 보겠다는 것일까. 이런 식의 이분법과 차별이 남아 있는 한, 제주 사람들은 바가지요금 등을 지적하는 육지 관광객의 비난에 섭섭해할 자격이 없다. pa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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