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 농식품부, 유통 - 식약처
이원화에 유기적 대응 불가능
② 못믿을 친환경인증제
인증 농장 31곳서 살충제 검출
官피아 유착 의혹까지 불거져
③ 중앙-지자체 엇박자
일부선 2 ~ 8개 성분 빼고 검사
부실한 전수조사로 불신 키워
‘살충제 계란’ 파동은 정부의 ‘아마추어 행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보편적 먹거리인 계란에 농약 성분이 들어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농약이 없다’고 단언한 무책임함 뿐만 아니라,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우왕좌왕한 정부의 모습이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 공무원 사이에서도 ‘도대체 국가 행정시스템이 있기나 한가’ ‘얼굴을 못 들겠다’ 등의 자조가 흘러나올 정도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 사태 초기부터 정부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현재 행정시스템에서 농·축산물은 생산 단계에서는 농식품부가, 유통·소비 단계에서는 식약처가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식품안전에 대한 책임이 두 조직에 나뉘어 있다 보니 살충제 계란 사태에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사건 발생한 지 2일째인 지난 16일에는 살충제 성분의 계란이 생산된 농가에 대한 숫자 발표를 두고서도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엇박자를 빚었다. 파악한 숫자가 제각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총리가 책임을 지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뒤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사안을 챙겼지만, 농식품부는 전수조사를 외부에 알리고 사안을 급하게 마무리 짓는데 급급했다.
친환경인증제도 역시 이번 사태에서 그 허점이 여실하게 드러나 ‘못 믿을 인증제’가 됐다.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31개에 달하는 친환경 농장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돼 결국,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먹거리 사기를 친 셈이 됐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는 인증심사와 인증서 발급 업무를 담당한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이 한몫했다. 특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민간 인증기관으로 취직한 사례가 많아 전·현직 공무원과 인증기관의 유착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지난 19일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농관원과 인증기관 간의 유착고리를 끊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조 부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 당시에도 드러났지만 중앙 정부의 행정 지시를 지자체 공무원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을 걸러내기 위해 지난 15∼18일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에 대해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27개 살충제 성분을 대상으로 검사에 돌입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적게는 2개 성분, 많게는 8개 성분에 대한 검사를 빠뜨렸다. 이 같은 부실한 전수조사는 계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더욱 키웠다.
이 밖에도 논란이 되는 ‘밀집 사육’ 방식, 통제되지 않는 독성 농약 살포 등도 정부가 그간 간과하고 있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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