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먹거리의 소비지와 생산지 간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는 정보 불균형이 존재한다. 내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 불균형은 소비자의 먹거리 구매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그래서 양쪽을 잘 아는 공신력 있는 제3자의 보증이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정부가 보증하는 다양한 먹거리 관련 인증제(認證制)이다.
우리의 먹거리 관련 인증제는 제도적 측면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규정을 자랑한다. 먹거리에 까다로운 미국과 일본의 제도를 참고해 그보다 더 깐깐하게 만든 게 우리의 먹거리 관련 인증제다. 그런데도 먹거리 관련 사고는 끊임없이 터진다.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살충제 오염 계란의 문제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애초에 살충제 자체를 써서는 안 되는 친환경 인증 농가들에서도 오염 계란이 나왔다는 점이다. 계란을 제대로 검사를 했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연간 135억 개가 넘는다. 이를 전수조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그렇게 하는 국가도 없다. 이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유발하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과되거나 계란 가격에 포함돼 가계에 또 다른 부담과 불균형을 만들어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방관과 철저한 전수조사 그사이에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증제도가 있다고 해도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사람을 제도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번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 개선보다는 정해진 원칙대로 생산하면 이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일벌백계(一罰百戒)를 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인증 제도를 관리하는 정부 조직과 인증을 수행하는 대리인 조직들도 원칙대로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먹거리 업계에 만연하고 있는, 지나치게 강한 ‘동업자 정신’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관행을 극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국민의 먹거리 관련 인증제에 대한 불신이 인증제의 기준을 열심히 지키는 기존 농민들의 의지를 꺾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소비자가 인지하는 인증제에 대한 가치가 낮아질수록 이번과 같은 부정은 더 발생하고 인증제를 포기하는 농가들은 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증제의 가치와 관련해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농민이 아니라, 소비자임이 명백하다.
농식품부는 소비자에게 각 인증제의 명확한 의미와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증제의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는 소비자는 인증 먹거리의 가격이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따라서 기꺼이 그 가격을 지불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에 따라 저렴한 먹거리 생산의 압박을 덜 받게 되는 인증제 수행 농장은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작아진다. 까다로운 먹거리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농업은 더 발전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까다롭고 미식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먹거리 안전 문제도 적다.
친환경 농산물을 단지 학교급식에 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아이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더 까다롭게 만들자. 그들이 미래의 먹거리 소비자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