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평도 도발’ 당시
주민들 어선 직접 몰고 탈출
백령도, 21일 ‘섬 탈출 훈련’
23일 대청·연평도서는 빠져
“북한이 포격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포탄이 날아와도 섬에 남아 있으란 말입니까.”
접경 지역인 서해5도 주민들이 북한의 포격과 미사일 도발 등 유사시에 대비한 대피 매뉴얼을 알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22일 인천시와 군 당국에 따르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일환으로 이들 서해5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피훈련이 진행된다. 21일에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23일에는 대청도와 연평도에서도 훈련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서해 5도 접경지역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데다 구체적인 피란계획과 행동요령 등을 당사자인 주민들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있어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을지연습 첫날인 21일 공습경계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백령도 주민 160명은 군 장병의 지시에 따라 가까운 포구(용기포항)로 이동, 섬을 탈출하는 훈련이 이뤄졌다. 반면 23일 있을 대청도와 연평도 훈련에는 적기가 출현한 상황을 가정해 공습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이 같은 섬 탈출 계획이 빠졌다. 공습경보가 해제된 이후에도 섬 탈출 훈련 계획은 없다.
2010년에 발생한 북한군의 포격 도발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연평도 주민 조영미(여·53) 씨는 “전쟁이 났을 때 섬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적용되는 대피 매뉴얼상에는 섬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대피소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면(사무소)에서 들었다”며 불안해했다. 박태완 연평어촌계장도 “이곳은 포구의 수심이 낮아 큰 배가 들어올 수 없어 전쟁이 나도 주민들이 어선을 타고 탈출할 수밖에 없다”며 “선착장을 새로 만들기 전까지 2000여 명의 주민을 한꺼번에 육지로 대피시킬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 북한이 쏜 포탄이 떨어졌을 당시 주민 394명은 직접 어선을 몰고 섬을 탈출했었다. 그 당시 이곳 주민 1300명 가운데 96%가 섬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면사무소와 옹진군은 “자체 매뉴얼상에는 유사시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소로 이동시키도록 되어 있다”며 “이후 피란 계획은 3급 비밀인 ‘충무계획’에만 반영돼 있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해 5도와 같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경우 유사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충무계획에 반영된 피란계획을 주민에게 알려주고 대피 훈련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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