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무게감 있는 목소리 모차르트 곡에도 어울려
뮤지컬·TV 사극 드라마 무대 가리지 않고 설 것”
먼 길을 돌고 돌아, 오랜만에 정식 오페라 무대에 섰다. 올해 초 ‘팬텀싱어’라는 TV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리더니, 이를 계기로 꾸린 팀 ‘팬텀보이스’로 전국을 누비던 그다. 바쁜 일정 중에도 오페라 무대에 목말라했던 테너 최용호가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주연인 타미노 왕자 역으로 돌아왔다. 지난 18일 저녁 오페라 연습 후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최용호는 “결국 제가 제일 잘하는 건 오페라라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라고 웃었다.
“201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마탄의 사수’의 주역 ‘막스’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는데 보다 많은 무대에 서고 싶어 이듬해부터 ‘스타킹’과 ‘팬텀 싱어’ 등 TV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나갔죠. 그때는 성악계에서 정도를 걷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걸 잘 몰랐는데 막상 팝페라 가수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히니 오페라 무대에 다시 서기 쉽지 않더라고요.”
4년 만에 찾아온 오페라 무대인 만큼 더 소중하고 특별하다. 그러나 잘 알려진 오페라일수록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전과 다른 신선함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술피리’가 그렇다. 예술의전당은 개관 후 현재까지 이 작품을 총 11회 제작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100% 달라진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맞이할 계획. 지중배 지휘자와 장영아 연출가의 진두지휘로 독일과 국내 유수 오페라 무대에서 섰던 실력파 성악가들이 합류했다. 그는 “이번 오페라는 연극적인 부분이 특히 강화됐고 그래서 아이들도 극의 흐름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며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큰돈을 벌기 위해 오페라를 하는 성악가는 거의 없을 거예요.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좋은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죠.”
그는 이어 “처음엔 모차르트 오페라가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흩어져 있던 퍼즐이 조금씩 맞춰져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간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색의 테너들이 모차르트 오페라의 주역을 주로 맡았는데 자신은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여서 보다 후기 작곡가인 바그너 등의 작품을 많이 해왔다는 것.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 무대에서도 저와 같은 목소리를 지닌 테너들이 모차르트 오페라에 많이 서고 있다. 공연 당일에는 정말로 저만의 타미노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대 성악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오페라과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마술피리의 독일어 아리아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지금처럼 무대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며 “뮤지컬은 물론 기회가 되면 TV 사극 드라마에 연기자로 출연할 의향도 있다”고 웃었다. 다만 이 모든 활동이 결국은 오페라 무대를 향하고 있다는 것. “제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여러 무대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서 언젠가는 제 팬들을 이끌고 오페라를 여는 거예요. 팝페라 같은 새로운 장르가 많은 인기를 얻게 된다면 결국 정통 클래식으로 끌어들이는 다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열심히 뛰는 거죠.”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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