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화선지에 채색, 29×26㎝.
미인도. 화선지에 채색, 29×26㎝.
총리실 ‘내사說’에 NCND
“전남지사 때 관심 가진 듯”

지시받은 문체부는 당혹감
“유족 입장 몰라 조심스러워”

작년 檢 “천경자 진품” 결론
둘째딸, 僞作 증거내며 반박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미인도’가 고 천경자(1924~2015·사진) 화백의 진품이라고 검찰이 결론을 내린 가운데 국무총리실에서 ‘미인도는 진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주장해온 유족에 대해 ‘위로방안을 검토해 보자’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족이 기자회견과 저서 등을 통해 검찰의 발표 내용을 계속 반박하고 있는 가운데 총리실에서 이 같은 지침을 내림에 따라 미인도 진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21일 “(이낙연) 총리가 미인도 진위를 놓고 말들이 많은 가운데 막상 본인과 유족은 부인하고 있으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하며 유족이 많이 힘들 텐데 위로방안을 찾아보자고 해서 문체부에 그 같은 연락이 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총리가 유족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은 천 화백 집안과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고 전남지사로 계실 때 현지 미술 관계자들로부터 미인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천 화백의 고향인 전남 고흥 등을 중심으로 지역 언론과 미술계 등에 파다하게 소문나 있는 ‘총리실의 미인도 진위 내사설’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소문은 정부 부처 관계자를 자칭하는 이들이 이낙연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 6월과 7월 인사동 화랑가 등지에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정한 것에 대한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다니며 확산됐다.

이와 관련, 문체부의 시각예술과 관계자는 “이달 초에 총리실에서 ‘유족 위로방안을 찾아보자’는 연락을 받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유족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항간에 총리실에서 천 화백에게 금관문화훈장 수여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총리실로부터 들은 적이 없다”며 “올해의 경우 훈장 추천 기한(6월 22일~7월 21일)이 이미 지났고, 천 화백을 추천한 이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천 화백의 둘째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는 최근 천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증거를 담은 저서 ‘천경자 코드’를 펴내며 지난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린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저서에는 클리프 키에포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자신의 남편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가 공동으로 뤼미에르광학연구소의 단층사진을 6개월간 분석해 발견한 5개의 코드를 통해 미인도가 위작임을 분석한 내용이 실렸다.

당시 책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김 교수는 “천 화백은 1977년에 그린 다른 여인 그림에서 특정 부위를 숟가락으로 비비고 문지른 뚜렷한 흔적을 남겼지만, 미인도에는 숟가락으로 문지른 흔적이 단 한 군데도 없다”면서 미인도는 조악하고 허술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3월 기획한 순회전 ‘움직이는 미술관’에 이 작품을 전시했고 이를 본 천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