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집·식당 등 자영업자 한숨

케이크·카스텔라 못 만들어
검증된 계란도 손님들 거부
한판 소매가 한달새 349원↓


“정부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 보니 계란이 들어가는 빵은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매출 타격은 받지만 어쩔 수 없네요.”

21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53) 씨는 (살충제 계란) 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 때까지 계란을 활용한 빵은 아예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살충제 계란 논란 초기만 해도 정부의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만 참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행정기관) 실수가 여러 차례 드러나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전수조사가 끝나고, 위해성이 없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정부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 때문에 손님들은 계속 불안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논란으로 박 씨처럼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빵집 인기 메뉴인 케이크나 카스텔라 등에 계란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들 제품을 판매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빵집뿐만 아니라 식당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여·57) 씨는 계란찜 등 계란이 들어간 메뉴를 거부하는 손님이 늘어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김 씨가 검증을 받은 안전한 계란으로 만들고 있다고 얘기하는데도 손님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일선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는데, 신뢰가 깨져버리니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가 있었으나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당국이 문제 농가와 계란, 난각 코드(계란 껍데기에 찍혀 있는 번호)를 수차례 번복한 데다 관리체계 부실 등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계란 기피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계란 파동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1일 기준 특란 30알의 평균 소매가는 7445원으로, 1개월 전의 7794원보다 349원이 더 저렴했다. 또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대형마트 3사의 계란 매출은 최대 45%가량 떨어졌다.

정부 조사와 인증체계 등에 대한 불신 탓에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계란’이 되면서 빵집과 식당, 마트 등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단 계란뿐만 아니라 식품 전반의 안전 관리체계에서 정부는 마지노선과 같은 존재인데 구멍이 뻥 뚫린 상태”라며 “이번 계란 파동으로 깊어진 정부 불신은 경제 전반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 =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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