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어린이집에서 열린 ‘아나바다 나눔 바자회’에서 어린이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전시해 놓고 직접 거래하면서 경제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이날 모인 수익금 4만7000원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했다. 서울의료원 어린이집 제공
지난 6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어린이집에서 열린 ‘아나바다 나눔 바자회’에서 어린이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전시해 놓고 직접 거래하면서 경제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이날 모인 수익금 4만7000원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했다. 서울의료원 어린이집 제공
서울의료원 어린이집 원아들

“기부가 뭐예요? 얘들은 왜 가방도 없어요? 먹을 게 없구나. 친구들에게 먹을 걸 나눠주면 좋겠어요.”

‘60명 고사리손의 기부 천사들.’

‘고사리손’으로 건넨 4만7000원의 기부금은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직접 번 ‘코흘리개 쌈짓돈’이라는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돈은 기부단체에 전달돼 불우한 환경에 있는 또 다른 ‘고사리손’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어린이집 아이들이 처음부터 기부를 목적으로 돈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매년 어린이집 행사 중에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나눔 바자회가 있어요. 6월에 진행됐는데, 여기서 모인 돈을 어떻게 사용할까 하다가 기부단체에 기부해 따뜻하게 사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기부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됐죠.”

이 어린이집 정지선(여) 원장은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생들이 기부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바자회를 하면 부모들이 장난감이나 옷, 신발, 책 등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가져와 가판대에 펼쳐 놓고 물건을 교환한다. 이때 사용되는 화폐는 어린이집에서 만든 종이돈이나 쿠폰이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게 행사를 기획했다.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기 위해 진짜 돈을 사용키로 한 것이다. 각자 집에서 100원짜리 동전 10개씩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장터에서 진짜 거래를 했다. 인근 전통시장에 가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직접 체험했다. 그렇게 진짜 상거래를 통해 모두 4만7000원이라는 ‘거금’이 모였다.

어린이집에서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 거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40개 이상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토론회를 열었다. 어린아이들은 고사리손을 들고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과자 사 먹어요. 친구들에게 서로 선물을 사 줘요. 아이스크림 사 줘요.”

의견이 넘쳐났다. 정 원장이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면 어떨까”하고 물었다. 이 어린이집에는 서울의료원 임직원 자녀 60명이 등원하고 있다. 가장 ‘큰 형님’이 7세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기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 리 없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기부가 뭐예요? 하면서 묻는 거예요. 먹는 건 줄 알았나 봐요. 부모님들에게 기부와 봉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집에서 설명해 주도록 부탁드렸어요.”

정 원장은 부모들 의견을 모아 아이들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집에서 기부와 봉사가 무엇인지 설명해 줬다. 택배 배달을 하는 아이, 아픈 아이, 해외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이해시켰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기부가 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왜 밥을 못 먹는지, 왜 이 친구들에게는 책가방이 없는지, 왜 또래 친구들이 돈 버는 일을 하면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어른들은 불우한 친구들을 도와주는 기관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고 설명해 줬다. 기부가 뭔지, 남을 돕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던 아이들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니 자기도 좋다고 했다.

정 원장은 투표를 통해 기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6∼7세의 유아반 아이들은 직접 투표를 했다. 그 이하 연령대 아이들은 부모들이 대리 투표를 했다. 압도적인 표차로 기부가 결정됐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그렇게 20만 원이라는 ‘많지 않은 큰돈’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 2명과 7세 여아 대표 2명이 기부단체를 찾아 고사리손으로 모은 100원짜리 동전 465개와 500원짜리 동전 1개 등 4만7000원이 담긴 봉투를 함께 전달했다. 아이들은 기부단체에 전시된 불우한 환경의 또래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부단체에 다녀와서 아이들이 그림일기를 썼어요. 기부라는 걸 몰랐는데, 어려운 환경의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알고 기분이 좋았다는 내용이었어요. 먹을 게 없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좋다면서 (기부금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예뻐 보이던지요.”

정 원장은 60명 원생의 ‘고사리 기부금’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행사를 더욱 많이 계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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