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에 신곡을 발표한 현역 가수는 제가 유일하답니다.”
1938년생으로 올해 팔순이 된 가수 현미(사진)는 이렇게 말하며 특유의 화통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요즘 신곡 ‘내 걱정은 하지마’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내 걱정은 하지마 / 나는 끄떡없어 /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운동도 하고 언제나 해피데이지’라는 가사는 실제 그의 삶을 투영한다. 23일 문화일보와 만난 현미는 “80세에 신곡을 낸 건 국내 최고령 기록이라고 해요”라며 “가수가 나이를 먹으면 음정이 떨어지는데 저는 여전히 제 음역대를 유지하고 있는 행복한 현역”이라고 말했다.
이 나이 먹도록 잔병치레도 없다는 현미는 “제 또래 중에 돋보기 안 쓰고 글 읽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것”이라고 외친다. 큰 돈벌이는 되지 않아도 평소 꾸준한 목 관리 차원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에서 만나는 수강생들도 60세 안팎의 한참 아래 동생들이다. 그는 “수업을 마치고 같이 식사를 하면 다들 약봉지부터 하나씩 꺼내서 입에 털어 넣는데 저만 아무것도 안 먹으니 다들 ‘언니는 사람도 아니유’라고 해요”라며 “일평생 술·담배 안 하고 8시간씩 꼭 챙겨 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죠”라고 덧붙였다.
1957년 데뷔해 ‘밤안개’ ‘보고 싶은 얼굴’ ‘별’ 등을 히트시킨 현미는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50주년, 55주년 기념 콘서트를 크게 열었던 반면 올해는 조용하다. 원래는 예술의전당에서 60주년 공연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었으나 사회적, 경제적 상황 때문에 잠시 미룬 탓이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모두가 슬픔에 빠지고 경제 상황도 나빠져 지난 3년간은 디너쇼도 일부러 안 했어요.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에는 나라가 힘든 상황이라 예술의전당 공연 준비도 취소했었죠”라며 “그래서 올해는 거르고 내년에 61주년 기념 공연을 열려 해요”라고 말했다.
현미는 요즘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의 주 무대였던 KBS 1TV ‘가요무대’에서는 얼굴을 비치는 횟수가 줄었다. 그 또한 사연이 있다. 현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무대인데 주로 ‘밤안개’나 ‘보고 싶은 얼굴’ 같은 히트곡을 불러달라고 해요. 나는 신곡으로 활동하고 싶은데”라며 “다행히 지방 공연을 가면 신곡 ‘내 걱정은 하지마’에 대한 반응이 괜찮으니 조만간 ‘가요무대’에서 부를 기회가 오겠죠?”라고 되물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든에 들어선 현미의 동력은 ‘긍정의 힘’인 것 같았다. 수시로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고 노래를 설명할 때는 주크박스처럼 흥얼거렸다. 그런 그도 요즘 오른쪽 귀의 청력이 떨어진 것이 좀 신경쓰인다. 하지만 이 역시 현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우려 매일 밤업소에 다니며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스피커 앞에서 노래 부른 결과니 훈장이라면 훈장이죠. 그래도 노래하는 데 아무 지장없어요. 전 누구보다 건강하게 계속 신곡 내면서 영원한 현역으로 남을 테니 한번 지켜보세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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