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정책학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되는 문 대통령 내외의 서민적 행보와 국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 노력의 결과에 많은 국민은 광화문 촛불시위에 나선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더운 여름 사이다 한 잔 마시는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한구석에선 작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0일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 구성을 위한 인사 문제였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의 낙마가 있었지만, 초기 문 정부의 인사에는 파격과 스토리가 있었다.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극심한 코드 인사를 비판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인사권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제도화한 이유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생각과 철학을 공유한 유능한 사람들을 잘 골라서 함께 일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문 대통령 스스로 5대 기준을 정해 놓고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공직후보자들이 험한 세상 부대끼며 살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고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청산 위주의 인사, 보은 인사, 현저히 균형을 잃은 인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문제는 다르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검사로 박 정부에서 홀대받던 윤석열 검사의 중앙지검장 발탁은 검찰 개혁을 향한 파격 인사이면서 동시에 댓글 사건 재수사와 특검 지원을 위해 필요했을 것이다. 경실련 대표 출신 박상기 교수의 법무부 장관 기용으로 주로 시민단체나 외부 인사를 영입해 사법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것도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많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국방개혁과 북한 핵·미사일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 체계 개선을 위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드 인사의 결정판은 ‘살충제 계란’ 사태의 중심에 있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다. 그는 대선 캠프 인사로서, 부산시 약사회장 경력이 전부다. 애당초 식의약 분야의 전문성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무적 판단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식약처장에 임명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 그런 사람을 식약처장에 임명했고, 그 결과 살충제 오염 계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류 처장의 미숙한 대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경고를 했겠는가.

하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법부 인사는 성원 전체의 정치적 균형성이 중요하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특정 대선 후보 지지 선언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이념 성향의 법관들이 헌법재판소를 지배하게 되면 국민이 그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그가 진보적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 문 정부가 그를 대법원장 후보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지난 2015년 11월, 그가 서울고법행정10부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등의 결정이 사법개혁을 맡길 적임자라고 판단한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정치적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장 자리는 사법부 전체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중요한 자리다. 대법관 추천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특정 이념에 치우쳐 대법원 판사의 구성 자체가 균형성을 상실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은 유지될 수 없다.

행정부에서의 코드 인사는 함께 일할 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사법부 인사는 그 차원이 다르다. 사법부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며,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특정 이념을 가진 인사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집권자의 특권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은 사법부의 인적 구성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인사(人事)를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만 정부가 구성된다면 내부에서 다른 생각이 제시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는 개혁이라 생각하겠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공무원 사회나 사법부, 공영방송 등을 장악하려는 음모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규정돼 청산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