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통신업계 전방위 압박

文대통령 공약추진 반대에
행정처분 등 행정권 총동원
불법보조금 조사결과 곧 발표

“하고 싶은 말 못하는 분위기”
업체들, 입장표명 극도 자제
‘선택약정 할인 소송’도 멈칫


“하루가 멀다고 언론에 떠들고 다니지 말라는 정부 측 경고를 받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는 한 이동통신사의 대관 담당 임원 얘기다. 새 정부가 막강한 행정권력을 앞세워 각종 현장조사와 행정처분 등을 쏟아내자 이통 3사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으나, 정부 측의 위압적인 ‘함구령’으로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초 이통 3사는 정부의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 상한(20%→25%)’ 행정처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처분인 데다 매출과 투자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행을 금지하게 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었으나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이달 말에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정부의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 상향으로 통신업계의 무선 매출이 3∼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반값 요금제’로 불리는 ‘보편요금제 도입’ 의무를 시장 1위인 SK텔레콤에 지우게 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이통 업계의 속앓이는 더 깊어지고 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한보다 매출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 기업 고유 권한인 요금제 설계권까지 갖겠다는 발상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

9월에도 정부의 공세 수위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방통위가 ‘단말기 불법 보조금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통상적인 조사 기간을 웃도는 8개월(1∼8월)의 행위를 처분 대상으로 삼아 수천억 원대의 ‘역대급 과징금 처분’이 나온다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과거 이통3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2013년으로, 총 1064억 원이었다.

이통사가 이처럼 집중 타깃이 된 것은 지난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통 업계의 반발과 무리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기본료(1만1000원) 폐지 공약 이행을 유보하면서부터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대신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을 인상하고 보편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시장 실패 증거가 없는 데도 재산권을 초법적으로 침해하고, 행정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해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인 기본료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약에도 없는 초법적인 후속 대책을 꺼내 들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팔 비틀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더 큰 사회적 편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생각을 안 하고 압박 카드부터 꺼내 드는 게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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