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에서 닭에게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이후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검출돼선 안 될 물질이 검출됐으니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고, 정부에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기대하게 된다. 정부로서는, 해당 계란을 거둬들이면서 그 계란으로 제조한 식품 등을 찾아 함께 수거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단계였을 것이다.
오염 계란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차단한 이후에는, 지금까지 이 계란을 먹었을 소비자와, 아이들에게 먹였을 부모들에게 얼마나 문제가 될지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식품 위해(危害)평가를 한다. 지금까지 모르고 먹었던 것이 얼마나 문제가 될지를 가늠해 보는 과정이다.
물질의 독성은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오랫동안 그 물질을 섭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식품 위해평가의 가장 기본은 ‘평생 먹어도 안전한가’이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가 먹은 양과 동물실험에서 얻은 자료를 비교한다. 가장 많이 쓰는 동물인 쥐를 예로 들면, 13주 동안 다른 양의 살충제를 먹이며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쥐에게 13주면 사람으로는 10년 정도에 해당한다. 이 실험 과정에서 쥐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양을 선택해 이 양보다 훨씬 적은 양(보통 100분의 1)을 사람이 매일 먹어도 안전한 양(ADI)이라 부르고, 이 값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다.
어떤 오염물질이나 첨가물을 먹은 양이 안전한지 여부를 평가할 때에는 이 값을 기준으로 삼아 우리가 먹은 양(또는 먹게 될 양)을 비교하는 것이고, 이번에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도 이 과정을 통해 계산한 수치를 보고 이미 먹은 계란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게 됐다.
위해평가 과정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이번 평가를 바탕으로 이제 계속 계란을 먹어도 되는지를 우려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오염 계란은 이미 수거 중이고, 이 농약을 닭한테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모든 농가에서 알게 돼 다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계란을 먹어도 된다 안 된다 하는 논쟁은 문제의 핵심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와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대책으로 내세운 ‘난각(卵殼) 번호 관리’는 문제 발생 이후 대처를 위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중요하다. 초기의 농가 인터뷰를 보면 “이 농약을 닭한테 사용해선 안 되는 줄 몰랐다” “수의사가 처방했다”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농민도 수의사도 “몰랐다”는 점이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유입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이번 계란 살충제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다른 살충제, 다른 축산물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정보를 효율적으로 농가에 전달해 농약의 사용 가능 여부와 사용량·사용처·사용법 등을 농민들이 숙지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 생산 첫 단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후엔 해결 방법이 점점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회수된 달걀을 먹어도 되느냐 마느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농·축산물을 생산해 내느냐 하는 방법에 대한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는, 미래 지향적인 국회와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