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협력사에 현금지급 의무화
공정 계약 체결·상생협력 실천
생산·품질 관리 등 교육 바우처
600억 규모 펀드·패밀리론 조성
최근 울산 한화케미칼 공장 증설 과정에서 2차 협력사 여러 곳이 곤경에 처했다. 1차 협력사인 광영이엔엠이 부도가 나면서 이들 업체가 결제 대금을 받지 못해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발주사인 한화케미칼은 광영이엔엠과 일괄 도급계약을 맺고 공사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한 상태였다. 2차 협력업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들은 한화케미칼은 원청업체의 상세설계 오류와 현장관리 부재 등으로 발생한 추가공사 비용의 30%를 하청업체에 현금으로 지급했다. 또 이들 업체를 한화케미칼의 협력업체로 등록하고 향후 증설 공사 입찰 시 참여 기회를 우선 부여하기로 했다. 이처럼 하청업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청회사의 책임을 발주사가 떠안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형준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장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청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내린 대승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상생경영은 ‘함께 멀리’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10년 인천에 있는 협력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며 “한화그룹 협력업체는 단순히 하도급 업체가 아니라 가족이자 동반자인 만큼 서로 돕고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한화그룹 각 계열사는 ‘함께 멀리’라는 철학을 기조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5월 30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강화위원회(이하 공생위)’ 출범식을 가졌다. 불공정 거래 근절과 상생협력을 실천할 것을 결의하기 위해서다. 또 1차 협력사의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 지급을 의무화해 ‘불공정한 갑질’을 사전 차단했다.
한화케미칼은 향후 신·증설 공사와 관련해 1차 협력사와 도급계약 시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도입해 유동성 흐름에 취약한 2차 협력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1차 협력사의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은 한화케미칼이 부담하기로 했다. 공정거래 준수와 상생협력 활동 현황은 매월 1회 대표이사가 직접 보고받는다.
방산 및 화약 제조 계열사인 ㈜한화는 대금 결제방식 개선, 환경개선지원, 복지향상 등으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매년 우수 협력업체 시상을 통해 연간 2000억 원 이상 물품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협력사 연구개발품목에는 연 950억 원가량 선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26개 우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원가, 생산, 품질관리, 연구·개발(R&D) 등 직무 관련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9000만 원가량 교육 바우처를 지원했다.
한화테크윈 항공방산부문은 지난 4월 경남 창원시 인력개발원에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한화테크윈은 주요 협력사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4대 실천사항 준수와 공정한 계약 체결·이행을 약속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행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강화해 2, 3차 협력사까지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 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화테크윈은 올해 협력사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약 6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와 ‘패밀리론’을 조성했다. 2차 협력사들을 위해서는 기금 3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경영컨설팅 활동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한화토탈은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의 범위를 안전관리 영역까지 확대해 ‘협력사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협력사 등록 시 사전 안전평가를 실시해 기준점수에 미달할 경우 협력사로 등록할 수 없도록 등록자격 조건을 강화했다. 협력사를 선정할 때에도 견적금액 최저가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배제한다. 견적금액과 함께 안전평가 점수를 합산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등록, 선정, 계약 단계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챙기고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작업자 수에 비례해 적절한 수의 안전담당자를 배치하고 작업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완료 후 사후평가를 실시해 안전관리 우수 협력사에는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력사들이 안전관리에 스스로 만전을 기하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화토탈은 지난 2월 국제표준인증기관인 ‘DNV GL’의 국제안전등급심사(ISRS) 평가에서 국내 최초로 8등급을 획득했다.
한화그룹은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기금에 회사가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그랜트 제도를 시행 중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 롯데, 포스코, CJ,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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