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여행사 첫 개설 허용

北·中 멀어진 틈새 파고들고
美의 기관 추가제재에 보복


러시아의 대북제재 동참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지는 않지만 북한과의 교역·관광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북한의 새로운 자금줄로 떠오른 것. 북한도 지난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 논란 이후 악화된 미·러 관계를 십분 활용,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줄어든 교역량을 러시아로 일부 대체하면서 악화된 강대국 관계를 이용해 이득을 얻던 냉전시대식 외교에 또다시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러시아가 미국·중국과 다소 다른 대북정책을 선보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대국의 파워게임은 더 복잡해졌고 북핵 문제 해결도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의 최근 행보는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24일 자국에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사 개설을 허용했고 23일에는 한·일 상공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 TU-95MS 전개까지 감행했다. 경제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북한 숨통을 열어주고 군사적으로도 북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반대를 지지한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러시아가 지난 7월 북한이 시험에 성공한 ‘화성-14형’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에 어깃장을 놓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국제사회 기류에 반하는 실질적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1차적으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함께 러시아 기관·개인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한 데 따른 보복 성격이 짙다. 또 한·미의 대북제재 동참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북한에서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일시적 공백을 메우는 경제적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러시아가 대미 관계에서 북한을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이해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9월 5~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동시에 대북제재에서 이탈하려는 러시아에 북핵 문제 협조를 요청하는 모양새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벌써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워싱턴의 한 북한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협력의 한 축인 일본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며 지금 미·러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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