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에 대한 표현을 보다 보면 중국 특유의 과장법을 찾아볼 수 있다. 4대 미녀 중 최고로 꼽히는 ‘서시’는 보통 ‘침어(沈魚)’라 불린다. 가라앉은 물고기란 표현으로, 서시가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물고기도 그녀를 보면 헤엄치는 것조차 잊고 가라앉는다는 뜻이다. 심장이 멎는 짜릿함을 물고기도 느낀다니, 그 미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음으로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 불린다. 왕소군에 대한 표현에는 물고기 대신 기러기가 등장한다. 기러기도 그녀를 보게 되면 미모에 반해 날갯짓조차 잊고 떨어진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미모다. 왕소군은 볼모로 외국에 끌려갔던 불운한 운명이라 외로운 기러기로 대신한 듯하다. 중국 특유의 과장이 느껴진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초선’은 ‘폐월(閉月)’이라 칭하는데, 달이 그녀를 보면 창피해 구름 뒤로 숨는다는 표현이다. 참 대담한 표현이다. 게다가 초선은 실존인물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것을 보면, 역시 4대 미녀라고 하는 것은 후세 문인들의 상상력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어찌됐든 달조차 숨게 만드는 초선의 미모는 삼국지연의의 주요 사건의 모티브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양귀비’는 ‘수화(羞花)’라 표현하는데, 그녀의 미모에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처럼, 양귀비는 꽃보다 아름다웠나 보다. 아니 꽃이 그녀의 미모에 자책한다니 대단한 미모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과장도 보통 과장이 아니다. 좀 더 심한 표현은 종종 4대 미녀와 함께 거론되는 ‘조비연(趙飛燕)’의 묘사에서 볼 수 있다. 그녀는 너무 가벼워 손바닥 위에서도 춤을 출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작장중무(作掌中舞)’라 한다. 휴대전화도 오래 들고 있으면 무거운데, 해도 너무한 표현 아닌가 하겠지만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부분이다.
그런데 ‘침어’나 ‘낙안’은 장자의 제물론에서 유래한다. 원래는 정반대의 뜻이다. 인간이 보기에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도 물고기나 새는 괴물로 보고 도망간다는 말이다. 장자가 말하는 상대주의적 세상보기다. 우리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인간의 시선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시각으로는 매우 흉물스러울 수 있다. 중국 4대 미녀의 삶은 모두 불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후세 문인들이 더욱 그녀들을 기린 것인지도 모른다. 장자는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산다고 했다. 지금 세상은 모두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려 한다. 그래서 혹시 과한 아름다움이 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장자의 말을 떠올려 본다.
“나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중간에 처하겠다.(周將處夫材與不材之間)”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