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페니 핀처’

시원한 웃음을 안겨주며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지만 유쾌하게 이어지는 ‘모태’ 구두쇠의 지질한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 ‘페니 핀처’(사진)는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아버지의 과소비에 충격을 받고, 병적인 짠돌이로 성장한 바이올리니스트가 갑자기 나타난 딸에 의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대개의 프랑스 코미디 영화처럼 이 영화도 조금 과장된 스토리를 펼쳤지만 통장 잔액 지키기에 혈안이 된 남자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공감을 전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지나치게 절약하며 사는 프랑수아(대니 분)의 주위에는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없다. 그럴 만도 하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퇴임 선물을 사기 위해 돈을 걷으러 온 동료를 피해 커튼 뒤에 숨어 어린 제자를 가르치는 그는 저녁에 먼 길을 걸어 귀가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전등을 켜지 않고, 창문 밖 가로등이 켜지길 기다렸다가 유통기한이 10년쯤 지난 증정용 토마토케첩을 한 입 빠는 걸로 끼니를 때운다. 그것도 다시 먹으려 빨래집게로 입구를 봉해 냉장고에 넣는다. 이웃들도 돈을 아끼려 쓰레기 수거 시설을 거부하는 그를 경멸하며 동네 어귀에 욕설을 써놓았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일주일에 한 번 은행에 들러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것. 그러던 그의 앞에 다 큰 딸 로라(노에미 슈미트)가 나타난다. 대학 시절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콘돔을 사용했다가 생긴 딸이다. 로라는 아빠가 멕시코에서 고아를 도우느라 그동안 자신과 함께 살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딸의 등장에 당황하던 프랑수아는 오케스트라에 새로 들어온 첼리스트 발레리(로랑스 아르네)의 매력에 빠지며 혼란에 휩싸이고, 그의 삶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프랑수아의 반복되는 기행에 웃다 보면 살짝 짜증이 나고, 후다닥 마무리되는 결말이 아쉽지만 품위 있는 재미가 모두 만회해준다. 이 영화는 프랑스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첫 주에만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프랑스 국민배우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대니 분은 특유의 풍부한 표정 연기로 상상을 초월한 짠돌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또 연기파 배우 로랑스 아르네와 신예 노에미 슈미트도 개성 있는 연기로 영화의 맛을 잘 살렸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프레드 카바예 감독은 러셀 크로 주연 ‘쓰리 데이즈’와 ‘포인트 블랭크’ ‘더 체이스’ 등 범죄 스릴러를 주로 만들어온 연출자로, 코미디 장르에 처음 도전해 독특한 작품을 완성했다. 또 국내에서도 흥행 성공을 거둔 ‘언터처블 : 1%의 우정’ 제작진의 참여로 따뜻한 분위기가 담겼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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