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28일 오전 삼성 직원들이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28일 오전 삼성 직원들이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삼성측, 오늘 항소장 제출… 내달부터 이재용 재판 2라운드

민간인에 뇌물 적용 가능한가
묵시적 청탁만으로도 뇌물죄
1심 쟁점마다 논란거리 양산
한두개라도 무죄땐 집유 가능

진보성향 金 대법원장 취임땐
재판 분위기 영향 전망도 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28일 지난 25일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조만간 항소할 예정이어서 ‘세기의 재판’은 조만간 2라운드로 이어지게 됐다. 치열한 법리전쟁이 불가피한 항소심에서는 주로 1심 선고의 유죄 근거에 대해 삼성 측의 반박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유·무죄와 형량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2심 재판 중 진보 성향의 김명수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하는 상황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심, 쟁점마다 논란거리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5개 혐의 모두 유죄를 선고하며 1심은 특검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지만 명확하고 직접적인 증거 대신 정황증거와 그에 따른 추론으로 이뤄진 범죄 혐의가 많은 만큼 항소심에서는 삼성 측의 ‘반격’이 이뤄질 여지가 많을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이 부회장 측은 1심이 ‘포괄적 현안’으로 본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경제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독대 전후 정황에 대해 상상과 추론만으로 결론을 낸 부분 등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진술 등을 통해 입증됐다고 밝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간 ‘공모 관계’ 역시 1심 선고의 ‘약한 고리’ 중 하나라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공무원이 아닌 최 씨에게 건넨 돈에 대해 단순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 부회장에게 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재산국외도피죄를 적용한 것도 잘못된 법리 해석이라는 주장이 있다. 삼성이 독일로 송금한 돈이 국내 거주자인 최 씨에게 넘어갔다면 재산국외도피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삼성측, 변론 전략 고수할까 = 항소심은 삼성 측이 어떤 변론 전략을 갖고 나오느냐에 따라 국면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1심의 변론 전략을 일부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뇌물죄·횡령·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줄줄이 엮여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무죄만 강조할 경우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2심에서 혐의 중 1∼2개만 유·무죄가 바뀌어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이 일부 무죄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논란이 되고 있으면서도 법리적으로 취약한 고리인 ‘묵시적 청탁’ 지점을 공략해 뇌물공여 혐의를 벗거나 가장 형량이 센 재산국외도피죄의 적용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 재판 진행 중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뒤 사법개혁 등 명분으로 사법부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것도 항소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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