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만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백건우

일생을 고통 속에 살았음에도
곡 속에 큰 세계·이야기 담아
그를 몇 차례씩 연주하는 것은
새로운 것 전달하고 싶기때문

곡 순서도 직접 짜서 진행키로


10세 때 한국 국립오케스트라와 첫 피아노 협연을 가진 지 올해로 61년. 머리가 희끗한 지금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노장. 사람들은 ‘천재’라고 부르지만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가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1·사진)다.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0년 만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갖는 그는 지금도 연습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주말인 지난 27일에도 백건우는 8시간여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베토벤에 흠뻑 젖은 후에야 늦은 저녁 문화일보와의 대화에 나섰다.

“선생님처럼 오랜 시간 베토벤에 천착해온 연주자도 그의 곡을 하루 8시간 이상 연습해야 하느냐”는 우문에 돌아온 대답은 “베토벤은 제게 아직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해야 하는 작곡가예요. 오랜 기간 함께했지만 절대로 편안하지 않고, 편안해서도 안 되는 음악가죠”. 이미 지난 3월부터 베토벤 프로그램으로 지방 공연장을 순회했고, 전곡을 연주하는 서울 공연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그는 “연주자의 성숙도에 따라 다른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걸 특히 필요로 하는 작곡가의 곡이 있는데 바로 베토벤의 소나타”라고 설명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한 작곡가의 음악적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백건우다운 첫 마디였다. 서울 공연 제목도 ‘끝없는 여정’이다.

올해는 베토벤 서거 190주년이자, 백건우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해 한국 클래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올해 두 번째 도전에 나선 그는 “제게 무척 특별한 해”라며 “전국 30여 곳에서 베토벤 곡을 들려드리고 있는 데다가 서울 공연도 워낙 많은 연주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베토벤이 주는 울림이 특별한 것은 “일생을 많은 고통 속에 살면서도 곡 속에 무척이나 큰 세계와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베토벤 곡을 몇 차례씩 연주하는 건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안의 많은 감정 중 새로운 것을 전달하고 싶어서”라며 “피아니스트라는 사람은 항상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야 하고,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키워 나가야 하기에 오늘 또다시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라고도 했다. 10년 만에 온전한 모습으로 마주한 베토벤은 어떤 느낌일까. 그는 “부부끼리도 10년을 살게 되면 아무래도 다르지 않나. 나도 베토벤과 그만큼 같이 오래 살았으니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며 웃었다.

서울 공연은 그가 오랜 기간 탐색한 베토벤의 세계를 가장 잘 들려줄 수 있도록, 직접 짠 곡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소나타에 달린 번호 순서대로가 아니라, 베토벤의 마음에 스며들어 더 나은 구성과 흐름을 취하려고 했다는 것. 한 예로, 연주회 첫날인 9월 1일에는 소나타 20번, 1번, 19번, 15번, 8번(비창)이 연주된다.

그는 베토벤 연주를 들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갈 때 마음에 순수함을 하나씩 되찾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무언가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듣는 것이, 특히 지금 시대에는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후에 백건우의 세 번째 베토벤 소나타 전곡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그건 저도 궁금하다”며 웃은 그는 “전곡연주를 하는 것 자체보다, 여러분께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들려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적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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