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증가율·폭 모두 사상최고
일자리, 올보다 2조1000억↑
R&D예산 1000억 증가 그쳐
산업·에너지부문은 되레 줄어
의무지출 비중 사상첫 50.2%
재정운용 유연성 훼손 우려도
경상성장률 등 ‘장밋빛 전망’
정부가 29일 내놓은 2018년 예산안은 복지와 일자리, 국방 등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성장동력 확충에는 부실한 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복지와 일자리 등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성장이 도외시됐다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복지가 앞으로 국가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예산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복지 관련 지출을 많이 늘린 예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내년 예산의 보건·복지·노동 예산 증가율(12.9%)과 증가 폭(16조7000억 원)은 모두 사상 최고치다.
내년 일자리 예산이 올해 대비 12.4%(2조1000억 원) 늘었고 청년층(15~29세) 일자리 예산도 올해 대비 20.9%(5000억 원) 늘었다. 하지만 일자리 예산은 보건·복지·노동(146조2000억 원) 예산 중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다만 일자리 예산 중에서 공무원 신규 채용 등에 투입되는 예산은 중·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복지 예산 등 의무 지출이 늘면서 재정 운용은 더욱 팍팍해졌다. 내년에는 전체 예산 중에서 의무지출 비중(50.2%)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선다. 의무 지출 비중은 2021년에는 51.9%까지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짠 ‘2016~2020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 규모는 당초 414조3000억 원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기준으로 11조5000억 원을 구조조정, 총지출을 402조8000억 원으로 줄였다. 여기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 집행을 위한 돈(18조7000억 원)과 정부 출범 이후 새로 발표한 추가 정책과제를 집행할 돈(7조5000억 원)을 더한 게 내년 예산의 모습이다.
복지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성장 동력 확충은 뒤로 밀렸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대비 1000억 원 늘어난 19조6000억 원에 그쳤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올해보다 오히려 1000억 원 줄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 브리핑을 하면서 “복지가 곧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정부 주장이 얼마나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이 429조 원 규모의 ‘초(超)슈퍼 예산’으로 편성됐으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6~2020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상한 40.9%보다 무려 1.3%포인트나 낮은 39.6%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이게 가능했던 가장 큰 요인은 박근혜 정부가 펼친 ‘사실상의 증세 정책’으로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더 걷혔기 때문이다.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너무 ‘장밋빛’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향후 5년간 경상성장률을 4.8%(실질성장률 3.0%+GDP 디플레이터 1.8%)로 가정한 것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지 오래인데 전망의 전제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얘기다.
조해동·박민철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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