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요청 여성들 잇따라 피해
경찰 의무사항서 제외 한계점
스마트워치 지급 큰효과 없어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A(여·26) 씨는 지난 6월 자신이 다른 남자와 미팅을 했다고 오해한 전 남자친구 B(32) 씨에게 목이 졸리는 등 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 B 씨가 이후로도 A 씨의 가족과 친구들에게까지 폭언을 퍼붓는 등 위협하자 A 씨는 서울 서부경찰서에 B 씨를 신고하고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B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A 씨에게 탄원서를 써달라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A 씨는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탄원서를 써 주기로 했고, 지난달 20일 서부경찰서에서 B 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A 씨가 탄원서를 건네준 뒤 택시를 타려 하자 B 씨가 자신을 강하게 잡아끄는 등 폭행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이달로 만료되는 신변보호 조치 연장 신청을 하고 B 씨를 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그러나 그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B 씨가 합의를 하자면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 경찰의 신변보호용 위치추적 장비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긴 했지만, 부산에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던 여성이 지난 25일 경찰의 늦은 출동 탓에 옛 동거남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A 씨는 “스마트워치는 받았어도 안심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도 B 씨에게서 계속 연락이 오는데 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고, 그가 연락해올 때마다 자료를 모아 사법기관에 제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신변보호는 심사를 거쳐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순찰강화, 신변경호, 스마트워치 지급 등 임시조치를 제공하는 제도다. 신변보호는 특히 데이트 범죄의 표적이 된 여성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도 중 하나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4명 중 414명(41.2%)이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해 ‘접근 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하지만 신변보호가 수사 기관의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변보호 제도는 현재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므로 강제력을 갖춘 입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경찰 등 수사 기관이 데이트 폭력 신고를 받는 즉시 의무적으로 출동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해자들이 불구속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jjin23
경찰 의무사항서 제외 한계점
스마트워치 지급 큰효과 없어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A(여·26) 씨는 지난 6월 자신이 다른 남자와 미팅을 했다고 오해한 전 남자친구 B(32) 씨에게 목이 졸리는 등 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 B 씨가 이후로도 A 씨의 가족과 친구들에게까지 폭언을 퍼붓는 등 위협하자 A 씨는 서울 서부경찰서에 B 씨를 신고하고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B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A 씨에게 탄원서를 써달라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A 씨는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탄원서를 써 주기로 했고, 지난달 20일 서부경찰서에서 B 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A 씨가 탄원서를 건네준 뒤 택시를 타려 하자 B 씨가 자신을 강하게 잡아끄는 등 폭행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이달로 만료되는 신변보호 조치 연장 신청을 하고 B 씨를 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그러나 그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B 씨가 합의를 하자면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 경찰의 신변보호용 위치추적 장비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긴 했지만, 부산에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던 여성이 지난 25일 경찰의 늦은 출동 탓에 옛 동거남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A 씨는 “스마트워치는 받았어도 안심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도 B 씨에게서 계속 연락이 오는데 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고, 그가 연락해올 때마다 자료를 모아 사법기관에 제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신변보호는 심사를 거쳐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순찰강화, 신변경호, 스마트워치 지급 등 임시조치를 제공하는 제도다. 신변보호는 특히 데이트 범죄의 표적이 된 여성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도 중 하나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4명 중 414명(41.2%)이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해 ‘접근 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하지만 신변보호가 수사 기관의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변보호 제도는 현재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므로 강제력을 갖춘 입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경찰 등 수사 기관이 데이트 폭력 신고를 받는 즉시 의무적으로 출동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해자들이 불구속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jjin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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